입법조사처 "국회 차원 감시를 강화해야"
산은은 지난달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골자로 한 항공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5000억원) 등 방식으로 총 8000억원을 투자하면 이를 자회사 대한항공에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내려보내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여 통합하는 시나리오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KCGI 등 3자연합이 "3자배정 유증은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지난 1일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산은 주도 항공사 통합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갈등·논란 '역시너지' 우려…산은이 절차 생략"
입법조사처는 산은이 일반적인 기업회생·공공자금 투입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번 거래를 추진한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봤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기업의 회생과 고용안정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는 ①대출 동결 또는 출자전환 ②국책은행 신규 자금 투입 ③기존주주 감자 후 민간 재매각 ④부실 실사 후 투자구조 설계의 과정을 따른다. 공공자금 역시 ①유휴자산·부동산·계열사 매각 ②기존 주주 유상증자 ③최대주주 출자 ④기존 주주 감자 등이 선행된 뒤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산은이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의결권 있는 주식 투자를 우선 시행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거래 자체의 불투명성도 문제삼았다. 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감자나 실사가 완료되기 전에 매매가격을 정하고 계약을 체결해 해당 인수가격이 '공정한 가격'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주주나 그룹 차원의 충분한 자구노력이 없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산은이 공적자금 회수에 용이한 상환우선주 투자에 앞서 부실기업 인수합병으로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의결권 보통주 투자를 진행해 공적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3자 유증 혼란 가중…정당한 절차 거쳤는지 확인해야"
그러면서 "한진칼의 재무개선을 위해 시급히 자금조달을 할 필요가 있는지, 제3자배정 이외의 방안이 가능한지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토한 이후에 3자배정 유증 결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의 항공사 통합이 기간산업 보호라는 취지를 따를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5%를 소유하고 있는데, 산은(지분율 10.66%)이 대한항공 경영에 사실상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동일하게 델타항공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산은의 투자방식이 관련법에서 기간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