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선두그룹에 든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치적 가능성에 대해 친문(親文)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A가 한 말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직후부터 군불을 땐 여권의 ‘윤석열 몰아내기’가 정점에 다다르는 사이 가상이던 ‘정치인 윤석열’은 현실의 문턱에 와 있다. 때릴수록 커진 결과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몽둥이를 쥐어줬을까’다.
A의 말에 실마리가 있다. “축구 실력이 별로”라는 인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윤 총장처럼 정당기반 없이도 한때 유력 주자로 떠올랐던 인물들이라서다. 여권 주류가 윤 총장을 이들보다 낮춰보는 근거는 이렇다.
“안철수는 합리성·미래지향·세대 교체 등 포지티브한 욕망을 담았던 그릇이다.”(86그룹 3선)
“반기문 신드롬에는 충청대망론이 강하게 작용했다.”(충청권 의원)
근거는 있지만 무릎을 칠 정도의 생각은 아니다. 그간 윤 총장의 호감도는 국회의원들에게 공격당할 때마다 비약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인사권 없는 식물 총장” 등의 말에선 정치적 근력도 엿보였다.
검사들 사이에 ‘황교안 사단’은 없었지만 ‘윤석열 사단’은 확인된 실체다. 자신에게 득 될 게 없는 사단의 명분도 지키려 애썼고 때론 제 식구를 위해 몸도 던졌다.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게 누구냐가 문제였을 때 “내가 했다”고 감싸고 든 건 ‘보스 윤석열’의 명장면이다. “금세 형·동생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게 대구 고검 좌천 시절 그를 만났다는 여권 인사의 말이다. 정치적 무리를 이끄는 데도 재능이 있을지 모른다.
윤 총장 대 추 장관의 싸움은 정식 축구가 아니라는 점도 민주당 인사들이 짚는 대목이다. 대선이라는 골문을 향해 뛰는 정치는 규격과 규칙이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두 사람에 대한 각 진영의 과열된 응원전은 최근 급격히 둘 모두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관중들이 보고 싶은 건 진짜 축구가 아닐까. 옷 갈아입고 뛰려면 타이밍은 지금이다.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