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팔아치운 것 치고는 금액이 너무 커 ‘이제 외국인이 떠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전날 매도폭탄을 자금유출의 신호탄으로 보진 않고 있다.
11월 30일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의 정기변경일이었다. 신흥국(Emerging Market·EM) 지수에서 인도 비중을 늘리고 쿠웨이트를 새로 편입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의 비중은 자연히 줄어들었고(12.1%→11.8%, EM 내 비중 순위 3위 유지) 그러다 보니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클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두 번째로 컸던 지난 8월 31일(1조6361억원)에도 MSCI의 리밸런싱일이었다. 한국거래소도 전날 코스피 급락 마감(-1.6%) 원인을 “MSCI EM지수 한국 비중 감소에 따른 외국인 대규모 매도세 출회”로 봤다.
MSCI 정기변경 때문…차익실현·투자심리 위축 추측도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재점화 가능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를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는데, “향후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책이 계속될 수 있고, 이는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던 미중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매도폭탄 다음날, 조용히 750억원 매수로 돌아와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전날 매도 폭탄은 MSCI 리밸런싱이라는 단일 이슈에 의한 하루짜리 현상이라고 본다. 하 연구원은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1000조~2000조 정도로 추정되는데, 비중을 조금만 바꾸어도 굉장히 많은 돈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이슈는 보통 이틀을 넘어가지 않고, 오늘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봐서는 하루 만에 끝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