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많은 미국인은 ‘대이동’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도 며칠째 텅 비었다. 추수감사절 전날까지 닷새간 600만 명 넘게 공항을 이용했다고 한다. 비행기보다 자동차 이동 수요가 더 많은 점을 고려하면 수천만 명이 가족을 만나러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이상 정부 경고나 권고가 안 먹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9개월째로 접어드는 사실상의 격리 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들이 수없이 감염됐지만, 치명적인 결과는 없었다는 ‘학습 효과’도 한몫했다.
규칙 자체의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따로 사는 가족이 한 집에 모이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식당 영업은 허용하고 있다. 가족이 집에 모여 식사하면 안 되지만, 식당에서 모이면 따로 사는 가족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시가 술집과 체육관은 열면서 학교를 폐쇄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업시설을 닫아야 마땅하나 지역 경제와 소상공인 생계를 위해 허용하는 것인지, 학교를 열어야 마땅하나 교사 노조의 힘으로 닫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책이 혼란스럽거나 투명하지 않으면 국민은 따르지 않는다. 12월 미국 코로나19 상황은 올봄을 능가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데, 신뢰를 잃은 정부가 쓸 수 있는 도구는 많지 않아 보인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