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승 코리아'
02년생은 쑥쑥 자라 올해 만 18세, 고3 수험생이 됐습니다. 전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 49만명 중 고3 '현역'은 35만명가량입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스스로를 '비운의 02년생'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대학 입시 직전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네요.
툭하면 터지는 질병, 휴교 익숙해요
중학교 1학년 : 메르스
고등학교 3학년 : 코로나19
2002 월드컵 때 태어난 고3 학생들
휴교 자주 겪고 내년 새 수능 체제
'비운의 세대' 넘어 '오 필승 수능!'
2009년 5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플루가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방학은 생애 처음 마주친 신종 감염병으로 뒤덮였습니다. 교내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죠. 일부 학교의 개학은 미뤄졌고, 자체 휴업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만 75만명에 달하는 신종플루 환자가 나왔죠.
중학교에 들어간 이듬해, 중동에서 건너온 메르스와 마주했습니다. 치사율 20~46%(질병관리청 기준)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이었죠. 새로운 바이러스의 위협에 일부 지역 학교들은 문을 걸어 잠가야 했습니다. 많을 때는 전체 유치원, 초·중·고교의 10% 이상이 휴업에 나섰습니다. 학교에 갔다 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었던 시기죠.
이대로 감염병과 작별할까 했지만, 학창 시절 막바지에 가장 센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죠. 지난 1월 국내 첫 환자가 나온 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이 터졌습니다. 결국 개학이 4번이나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렵게 등교를 시작했지만, 확진자가 나온 학교는 다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은 제일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행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마스크에 가림막까지…'재수'도 부담
달라진 수능 방식도 고3을 옥죕니다. 코로나 때문에 해마다 11월에 보던 수능이 12월로 미뤄졌습니다. 시험장에선 점심 식사할 때를 빼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안 그래도 좁은 책상 앞엔 불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시험지를 펴기도 쉽지 않죠.
"모든 국민이 부모 맘으로"…'오 필승 수능'
'오대영' 비아냥을 이겨내고 18년 전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한국. 그 기운을 받은 '월드컵둥이'도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오 필승 수능' 응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경미·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