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깊은 산속 동굴 아닌 서울 한강에서 박쥐 생태 관찰해 볼까요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09:00

수정 2020.11.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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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물’은 동굴·삼림·폐광 등 어두운 곳에 거꾸로 매달려 살아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하고, 떼로 몰려다니죠. 날개를 쫙 편 모습이 멋져 이 동물을 본뜬 히어로도 있답니다. 눈치챘나요? 바로 박쥐예요.
 
박쥐는 박쥐목에 속하는 동물로 남북극·도서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살아요. 앞다리에 달린 가죽 날개 덕에 포유류 중 유일하게 새처럼 날 수 있는데, 급회전·급정지·거꾸로 비행이 가능해 새와 확연히 구분되죠. 큰귀박쥐의 비행 속도는 무려 시속 160km 이상으로,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치타(시속 113km)보다 빠릅니다. 뒷다리에는 5개의 발가락과 날카로운 낚싯바늘 모양 발톱이 있어 나뭇가지나 동굴 속에 매달릴 수 있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거꾸로 매달린 박쥐의 모습은 바로 이 발톱 덕이죠.
주로 어두운 곳에서 서식하다 보니 박쥐의 시력은 자연스레 퇴화했어요. 하지만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도 부딪히지 않고 날아다니죠. 주파수가 높아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입·코로 내보낸 뒤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 길을 찾기 때문이에요.
 
박쥐는 징그러운 외모, 어두울 때만 행동하는 습성 때문에 오래전 혐오 동물로 낙인 찍혔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 귀여운 얼굴입니다. 지난 11월 1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452호 붉은박쥐(황금박쥐)는 깜찍한 외모로 잘 알려졌죠. 몸길이는 약 42.75~56.55mm로 애기박쥐과 중 중간 크기고요. 날개가 좁고 귀가 짧으며 둥근 모양새예요.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현재 160여 마리밖에 서식하지 않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붉은박쥐 보호를 위해 매년 생태조사를 해요.

왼쪽부터 맹서율·박서연·맹서후 학생기자가 갈대가 한창인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에서 박쥐 모니터링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1차 숙주로 알려지며 박쥐를 향한 혐오 감정은 더욱 치솟았는데요. 이에 대해 ‘못생긴 동물 보호 운동’을 진행하는 윤종훈 녹색미래 팀장은 “박쥐에 대한 오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설명해요. “박쥐가 수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건 맞아요. 박쥐는 사람과 달리 특이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고 공생하며 진화했거든요. 박쥐를 발견했을 땐 함부로 만지지 말고 지역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에 연락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쥐가 그 자체로 나쁜 동물이냐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예요. 대부분의 박쥐는 곤충·과일을 섭취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아요. 오히려 인간이 박쥐를 위협하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살 곳을 잃은 박쥐와 인간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며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겁니다.”
 
결국 박쥐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일이 야생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일이겠죠. 인간과 야생동물 공존을 위해 맹서율·맹서후·박서연 학생기자가 나섰어요. 환경보호단체 녹색미래와 함께 못생긴 동물 보호 활동에 참여한 거죠. 녹색미래는 혐오스러운 외모로 인해 외면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을 선정해 모니터링 및 보호 활동을 합니다. 2020년에는 한국의 박쥐 모니터링을 진행해왔죠.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못생긴 동물 보호 활동에 참여할 경우 봉사활동 시간까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에서 윤 팀장을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은 박쥐 관찰에 앞서 박쥐의 특성과 생태적 가치에 대해 배웠어요.  

박쥐를 일컫는 한자어 편복(??)의 발음이 복(福)과 같아 복의 상징이 된 박쥐와 다양하게 활용된 박쥐 문양. [중앙포토]

서율 박쥐와 같은 멸종위기 동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입니다. 서식지 외에서 보전할 필요가 있는 야생 동식물 중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한 경우 1급,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2급으로 지정하죠. 붉은박쥐·작은관코박쥐·늑대·반달가슴곰·사향노루·수달 등이 멸종위기 1급, 토끼박쥐·담비·물개·하늘다람쥐 등이 2급에 속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물이 지구 위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붉은박쥐가 지난 11월 1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견됐다.

서후 TV에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터전을 잃은 박쥐 이야기를 봤어요. 보호할 방법이 있나요.
전원 지역이나 하천·강 등에 사는 집박쥐의 경우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떠도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요. 지난 2월 방영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개발 후 터전을 잃고 아파트에 숨어 살게 된 집박쥐의 사연이 공개됐는데요. 당시 박쥐 전문가는 제보자의 집 안에 사는 박쥐를 가리켜 “개발되기 전 집 주변이 논밭이었기 때문에 집박쥐가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죠. 서식지를 잃고 떠도는 박쥐를 발견한 경우 지역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연락해 자연에 방사되거나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 지금 우리가 하는 못생긴 동물 보호 운동 등을 통해 박쥐가 잘 사는지 지속해서 관찰하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겠죠.


서율 동굴이 아니라도 박쥐를 관찰할 수 있나요. 주로 어떤 곳에 출몰하나요.
박쥐는 어두운 동굴에만 살 거라는 편견이 있죠. 동굴 외에도 사람이 사는 민가, 산림·절벽 등에도 박쥐가 많이 서식합니다. 우리가 곧 모니터링할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에도 살죠.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는 대부분 곤충을 먹는 식충성이라 곤충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답니다.

동굴에 서식하는 관박쥐는 날개가 넓고 날아오르는 능력이 약해 나비처럼 나풀나풀 난다. 사진은 벽에 매달려 휴식을 취하는 모습.

서연 박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박쥐가 꼭 필요한 존재인가요.
박쥐는 생태계에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해요. 첫째로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성 박쥐는 생태계 개체 수를 조절해주죠. 2016년 국립생태원이 ‘식충성 박쥐의 생태연구’를 수행한 결과 몸무게 7~9g의 집박쥐가 매일 밤 1~3g 정도의 해충(모기 약 3000마리)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외에 벼 해충으로 알려진 멸강나방 속(멸강나방), 이화명나방 속(혹명나방), 멸구 속(흰등멸구) 등의 해충도 먹죠. 농경지 내에 집박쥐가 산다면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겠죠. 둘째로 과일을 먹는 박쥐는 꿀벌 같은 역할을 해요. 과일을 섭취하며 자연스럽게 꽃가루를 옮기죠. 박쥐가 사라진다면 생태계에 교란이 생기고 우리에게도 피해가 올 수밖에 없겠죠.
 
서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동물 보호 운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여러분이 입을 옷을 구매할 때 동물성 소재 지양하기, 동물 실험한 화장품 구매하지 않기 등 평소 실천할 수 있는 보호 운동이 많죠. 오늘처럼 시간 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고요. 녹색미래에서도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생태 교란(위해) 식물 제거, 수서곤충 관찰과 수질검사, 수질 개선을 위한 EM(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 미생물군) 흙 공 던지기 등이죠. 대부분 쉽게 참여할 수 있으니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해 보세요.

윤종훈(왼쪽에서 두 번째) 녹색미래 팀장이 학생기자단에게 에코 미터 터치 기기와 앱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미국 앱이라 한국에 있는 박쥐를 모두 탐지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박쥐의 초음파를 탐지하는 ‘에코 미터 터치’ 기기와 앱을 이용해 생태습지원에 서식하는 박쥐를 찾고 있는 학생기자단.

윤 팀장의 설명을 들은 뒤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으로 출발했어요. 박쥐의 초음파를 탐지하는 ‘에코 미터 터치(Echo Meter Touch)’ 기기를 휴대전화에 연결하고, 같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으면 박쥐 모니터링 준비 완료입니다. “박쥐는 해가 진 뒤 빠르게 움직여 눈으로 관찰하기 힘들죠. 기계를 통해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탐지하고, 몇 마리가 서식하는지 알 수 있어요. 지난달에는 가양대교 밑에서 박쥐 사체를 발견했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녹색미래가 지난 10월 진행한 박쥐 모니터링 중 가양대교 인근에서 발견한 박쥐 사체. [녹색미래]

학생기자단이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궁금해요” “저는 호주에서 본 적 있는데 한국 박쥐는 처음이에요”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생태습지원을 천천히 걸으며 앱을 실행했어요. 빨간 선과 초록색 막대 그래프가 움직이자 서율 학생기자가 “지금 박쥐가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죠. “아니요. 박쥐 초음파가 인식되면 화면에 박쥐 그림과 함께 어떤 종인지 뜹니다. 지도 화면으로 들어가면 어느 위치에 박쥐가 머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꾸준히 모니터링하면 박쥐 개체 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어디에 몇 마리가 있는지 알 수 있겠죠.”
 
숨을 죽이고 화면을 한참 쳐다보다 지루해질 무렵 박쥐가 발견됐다는 알림이 떴습니다. “검은큰집박쥐가 우리 주변에 있네요. 삼림이나 습지대에 주로 서식하며 곤충을 먹는 박쥐예요. 잘하면 오늘 박쥐가 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는데요.” 학생기자단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순간 또 한 번 알림이 울렸어요. “이번엔 생박쥐(북부박쥐)가 발견됐다고 뜨네요. 역시 하천·강 기슭 등에 사는 박쥐죠. 하지만 100% 믿을 수는 없어요. 미국 앱이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박쥐 종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거든요.”

에코 미터 터치 앱을 통해 주변에 있는 박쥐의 종·서식지 등을 알 수 있다. 학생기자단이 찾은 박쥐의 위치가 지도에 표기된 모습.

나무 위로 검은 물체가 ‘푸드덕’ 날아가자 세 사람이 입을 모아 “박쥐 아니에요?” 소리쳤습니다. 안타깝게도 새였죠. 빠르면 10월, 늦으면 11~12월부터 동면에 들어가는 박쥐의 특성상 이날 맨눈으로 살아있는 박쥐를 확인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혐오 동물로 여겼던 박쥐에 대해 알아보고, 앱을 통해 간단히 동물 보호에 나설 수 있다는 것도 배웠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열심히 모니터링 한 덕에 생태습지원의 박쥐들은 마음 편히 긴 겨울잠에 푹 빠졌겠죠? 돌아오는 봄, 멸종위기 동물도 지키고 이색 봉사활동도 체험하고 싶다면 ‘못생긴 동물 보호 운동’에 참여해 보세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맹서율(서울 중대초 5)·맹서후(서울 중대초 5)·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
 

학생기지단 취재 후기

취재 전 박쥐에 대해 공부하며 우리나라에 사는 대표적인 박쥐인 집박쥐를 꼭 만나보고 싶었죠. 모니터링하며 기계로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탐지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두 눈으로 박쥐를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미지와 달리 박쥐는 해충도 잡아먹고 꽃가루도 옮겨주는 이로운 동물이래요. 녹색미래 윤종훈 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박쥐가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박쥐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3명 정도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박쥐가 멸종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겠죠.  맹서율(서울 중대초 5) 학생기자
 
박쥐를 관찰하기 위해 해가 질 무렵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을 찾았어요. 박쥐를 한 번도 본 적 없어 어떻게 찾을까 궁금했는데, 휴대전화에 초음파 기계를 연결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박쥐를 찾는 원리였죠. 박쥐를 실제로 보고 싶었지만, 날이 어둡기도 하고 박쥐의 움직임이 빨라서 관찰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초음파를 통해 우리 근처에서 두 마리 정도의 박쥐가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미국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라 종종 우리나라 박쥐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박쥐 연구를 많이 해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맹서후(서울 중대초 5) 학생기자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에서 박쥐에 대해 공부한 뒤 관찰에 나섰어요. 지난해 호주에 놀러 갔을 때 박쥐를 본 적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 없어 매우 기대됐죠. 하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결국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박쥐가 슬슬 동면에 들어갈 시기라 관찰이 어렵기도 했고요. 초음파 기계를 통해 박쥐가 우리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사람들이 멸종위기종인 박쥐에 관심을 갖고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