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은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졌다. [연합뉴스·뉴스1]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이날 오전 11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 기일을 연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명령과 징계 청구 사실을 알렸다. 하루 뒤인 25일 밤 윤 총장측은 이 처분에 대한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튿날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냈는데 이보다 먼저 집행 정지부터 신청한 것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날 심문에는 윤 총장이 직접 출석하지는 않는다. 윤 총장은 대리인인 이완규(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이석웅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집행정지 필요성을 소명하고, 법무부측에서는 이옥형(법무법인 공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선다.
집행정지 심문일, 결국 본안소송 전초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즉 윤 총장 측에서는 추 장관의 처분이 명백히 위법이라는 점을 소명해 집행정지부터 인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행정청인 법무부 입장에서는 추 장관의 처분이 본안 소송을 통한다 해도 취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주장해 집행정지가 인용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윤 총장측 대리인은 “본안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문점을 주장한 뒤 집행정지 필요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심문에서 추 장관의 처분에 대한 사실관계 및 절차적 위법성까지 모두 다툰다는 취지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청구나 직무배제 처분을 받을만한 비위행위가 없었다”며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윤 총장측이 자료를 공개하면서까지 “상식적인 판단을 받아보자”고 한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될 듯하다. 윤 총장 측은 이 문건이 “정상적인 업무자료”라고 했지만 법무부측은 ‘불법 사찰’이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까지 했다.
법무부 장관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공방도 예상된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이달 초 법무부 감찰규정을 바꾸면서 상위법인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이 감찰을 기초로 직무정지명령을 했으므로 처분의 취소 사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처분 과정에서 처분 당사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주장할 수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행정절차법이 보장하는 청문은 헌법적인 권리”라며 “왜 내가 일을 못하게 됐는지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의 문제를 판사들은 중대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어떻게 주장할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지난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연합뉴스]
이석형(진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긴 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집행정지 사건에서 따지는 손해와는 다른 문제라는 취지다. 다만 이 변호사는 “징계사건에서는 통상 추상적이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이고, 윤 총장측에서는 단순히 총장 개인에게만 손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법무부의 징계권 남용 때문에 검찰조직 자체의 독립성 침해 내지는 수사방해에 따른 공익적 침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처분 이후 “자리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지키겠다”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말이 심문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결국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부분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때처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점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 전 사장이 낸 집행정지는 1·2·3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당시 대법원은 정 전 사장측 재항고를 기각하며 “해임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결정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의 경우 집행정지는 인용되지 않았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승소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