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투신하는 비극적 사건의 이면에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좌절된 내 집 마련의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27일 오전 1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취한 남편 A씨(37)가 아내 B씨(38)를 흉기로 찌른 뒤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층에서 발견된 A씨는 구급대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B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건추적]
자녀 학군 찾아 목동에 전셋집 마련
경기도에 살던 이들 부부는 4년 전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군을 찾아 목동으로 이사를 왔다. 한 대단지 아파트의 89.2㎡(27평) 전셋집을 구한 이들은 한 차례의 전세 연장을 거쳐 지난주 집주인과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전·월세 상한제(5%)가 도입되면서 이들 부부는 기존의 계약했던 전세가4억에서 2000만원을 더해 4억2000만원에 다시 계약했다. 이 동네 비슷한 평수의 전세 가격은 약 7억5000만원이다. 부부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주민 C씨는 "임대인도 성격이 워낙 좋아 흔쾌히 2년 계약 연장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도 원활히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해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입 기회 놓쳐 후회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아파트 매입을 진지하게 고려했던 부부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4년 전 부부가 전셋집을 구할 당시 115.7㎡(35평)는 10억원대의 시세가 형성됐지만 최근 가격이 크게 올라 현재는 19~20억 사이에 호가가 형성돼있다. 이를 두고 아내 B씨는 4년 전 이사를 올 당시 전세가 아닌 집을 매입하지 못한 것을 두고 후회한다는 얘기를 주변에 자주 했다고 한다. 주민 C씨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부부라 목동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했다"며 "최근 연장한 전세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 매입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에라도 집을 사야 할지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녀 돌보던 장모가 신고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가족 등 주변인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매입 문제로 부부가 다퉜다는 가족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