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후배 추행 前쇼트트랙 대표, 1심 깨고 무죄 왜

중앙일보

입력 2020.11.27 15:42

수정 2020.11.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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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연합뉴스

 
훈련 중 동성 선수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24)씨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관용)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련의 경과를 봐야 이 사건 의미와 유무죄를 가릴 수 있다"며 "먼저 여성 선수가 암벽기구에 오르니 피해자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려 떨어뜨리고, 여성 선수도 장난에 응수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 다음 피해자가 암벽기구에 올라가니 임씨가 뒤로 다가가 반바지를 잡아당겼고, 피해자 신체가 일부 순간적으로 노출됐다"며 "임씨가 도망가며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피해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복장을 바로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 선수와 피해자 사이 행태는 여성 선수도 있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진술해 무혐의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다음에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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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가 여성 선수에게 시도한 장난과 분리해 오로지 임씨가 반바지를 잡아당긴 행위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한다기에는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임씨는 피해자가 여성 선수와 장난치는 것을 보고, 유사 동기에서 반바지를 잡아당긴 것으로 보이는데, 그 행동은 성욕 자극이나 성적 목적, 추행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고 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장기간 합수하며 서로 편한 복장으로 마주치는 일이 흔하고 계주는 남녀 구분 없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훈련도 한다", "임씨와 피해자는 10년 이상 같은 운동을 하며 서로 잘 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런 관계에서 소위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력, 폭행이 있고, 성적으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6월 1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 도중 암벽 등반을 하던 동성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려 신체 일부를 드러낸 혐의를 받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8월 임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1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같은 해 11월 임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임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처럼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도 본인의 행동으로 피해자의 엉덩이가 노출되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을 수 있다”며 벌금 300만원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