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 같은 장기적 협력 동반자"
"한·중은 수망상조(守望相助)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4일 일본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26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각각 쓴 중국 고사성어다.
일의대수는 남북조 시대를 통일한 수나라 문제가 남조 진나라를 향해 '옷의 띠만큼 작은 시냇물'(양쯔강)을 사이에 둔 이웃이라며 평화공존을 강조하며 쓴 말이다.
26일 강경화 만나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외적 맞서 서로 지키고 망 봐주고 돕자" 언급
일본 모테기엔 "'일의대수', 장기적 동반자"
왕 부장은 26일 오전 강경화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코로나 19 사태 때 중·한 양국 국민은 수망상조의 정신에 따라 서로 도움을 줬다"며 "중·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일본과의 관계를 칭한 '일의대수(一衣帶水)'는 매우 중립적인 표현”이라며 “그에 비해 한국과의 관계를 '수망상조(守望相助)'로 표현한 것은 현재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과거 한·중관계에 일의대수를 사용하기도 했다"면서도 "넓게 보면 국제정세의 변화에 함께 대처하자는 뜻으로 미·중관계 변화 속에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닛케이(日経) 신문도 25일 "미국의 정권 이양기에 중국이 대면 외교를 추진하며 일본에 추파를 던졌다"며 "일본을 '일의대수'의 파트너라고 한 건, 미·중 대립국면에서 일본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왕 부장을 만나 팔꿈치 악수를 하려던 왕 부장에게 손을 내밀어 직접 손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왕 부장은 전날 오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나선 팔꿈치 인사를 하며 손등을 마주 대는 모습을 연출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 올해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가 올해 1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연기했다. 이어 양제츠 정치국원이 지난 8월 방한 때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 후"로 미뤘다가 이번엔 '완전 통제'로 방한 기준이 더 높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추진에 있어 최대 변수는 코로나 방역상황"이라며 "완전 통제 기준으로는 감염자 수가 얼마냐는 기술적 데이터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강 장관과 회담에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발사) 체계 배치와 관해 "한국 측이 한·중간 민감한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해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사드를 철수하라는 요구를 이번에도 빼먹지 않고 한 셈이다.
정효식·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