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터넷·상조처럼 업체가 달라도 품질이 비슷한 서비스는 ‘사은품’이 고객 선택을 좌우한다. 판매자도 이를 알고 사은품을 미끼로 공격적으로 마케팅한다. 판매자 말을 믿고 계약한 고객이 구체적인 계약서 내용을 잘 확인하지 않는 데다, 현행 할부거래법상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뒤 14일 이내에만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은 악용한다. 고객 대부분은 한 달 뒤 요금 청구서를 받고 나서야, 자기 돈으로 사은품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해지 시점을 놓치기 일쑤다.
유료방송·상조 비대면 판매 늘며
‘계약 14일 내 취소’ 취약점 악용
할부상품도 소비자 배상 받게해야
그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여전히 소비자는 판매자 설명과 실제 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증명할 녹취록·문자메시지 등이 있어도 구제받지 못한다. 이승혜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공정위는 산업 규율을 관장하는 부서가 아니다 보니, 법도 최소한으로 마련돼 있다”며 “(할부거래법의) 입법 조치가 선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할부 거래가 활발해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반발에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밀어붙이면서, 정작 민생을 침해하는 소비자 보호 규제엔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할부 상품도 금융 상품처럼 판매자 설명과 실제 거래 내용이 다를 때는 소비자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