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 잃어버린 1학년 〈상〉
이군은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고, 옆에 붙어 앉는 짝꿍(짝)도 없다. 그래서 친구들과도 엄청 친한 느낌이 안 든다”고 말했다.
5월에야 첫 등교, 방역부터 배워
같은 반 이름 아는 친구 손꼽을 정도
부모 “7세서 멈춘 아이들” 안타까움
학교라는 울타리에 첫발을 내디딘 초1 학생들에게 코로나19의 영향은 주로 부정적 측면에서 매우 컸다. 한 교사는 “한글도 떼기 전 방역 수칙을 먼저 익힌 전무후무한 방역 세대이자 놀이의 감소로 사회성 습득 기회를 상실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초1 학생들은 예년보다 두 달 늦은 5월에 첫 등교를 한 데다 마스크를 낀 채 일정 거리를 떨어져 앉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다. 초1 손녀를 키우는 한모(61·서울 성북구)씨는 “손녀한테 학교 친구 누구랑 놀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5일까지 초1 학생들에게 “같은 반 학생 중 이름을 아는 친구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평균 7.2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반 정원이 평균 2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름을 아는 친구가 평균적으로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설문에 응한 초1 83명 중 절반이 넘는 48명(57.8%)은 ‘5명 이하’라고 답했다.
교사들도 동의한다. 대전의 초1 교사 A씨는 “첫 등교 때 아이들의 한글 수준은 심각했다. 한글 미해독 학생도 많았고 문장을 쓰는 수준도 지난해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이 안 되니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도 연쇄적으로 구멍이 뚫렸다”고 덧붙였다.
10년 차 교사인 B씨도 “1학년은 화장실 등 학교 시설 이용법, 친구 이야기에 집중하는 법 등의 단체생활 규칙을 한 달 정도 배운다. 선생님들이 ‘사람 만든다’고 표현하는 이런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니 한계가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가정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천차만별이었다는 점도 온라인 수업의 폐해로 꼽혔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들은 아이들과 부닥치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르면서 사회화를 배워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 부진 및 학력 격차 확대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