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이 23일 발표한 ‘2020년 부산지역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에 거주하는 2000 가족 중 세대주 또는 세대주의 배우자를 선정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 결과를 2013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발표했다.
먼저 부모 부양의 가장 큰 의무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 ‘부모 자신’이란 응답자가 25.5%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와 가족이 함께’ 23.0%, ‘아들과 딸 모두’ 21.6%, ‘능력 있는 자녀’ 19.4% 순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부모 자신이라는 응답이 16.9%에서 25.5%로, 능력 있는 자녀라는 응답 역시 9.1%에서 19.4%로 크게 높아졌다. 부모 부양은 자녀의 책임이 아닌 부모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과 자녀 중 능력 있는 자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녀를 돌보는 경제적 책임 시기를 묻는 말에 ‘대학교 졸업 때까지’란 답변이 46.3%로 가장 많았고, ‘취업할 때’까지 23.9%,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7.7%, ‘결혼할 때까지(결혼비용 등)’ 6.2%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3년과 비교하면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취업할 때까지, 결혼할 때까지라는 응답이 2020년보다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 시기가 더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연 가족실태조사 결과
‘부모 자신이 부양’ 25.5%로 가장 많아
자녀 책임시기 ‘대학 졸업때까지’ 많아
가족 내 가치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가부장적 가족 호칭(도련님·아가씨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5점 만점에 3.14점으로, 또 ‘가족은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함께 거주하며 생활을 공유하는 관계이다’라는 보다 확장된 의미의 가족 인식이 3.57점으로 각각 보통(3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결혼 시 신혼집 마련은 남성이, 혼수는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 ‘남성은 생계부양자의 책임이 있고 여성은 가사와 자녀 돌봄의 책임이 있다’는 등의 전통적인 성 역할에 근거한 인식은 보통보다 낮게 나타났다.
부산 시민의 출산 계획은 23.4%로 낮게 나타났고 향후 사회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출산할 의향은 3.8%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2020년 향후 출산할 의향 3.8%는 2013년의 22.9%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가족개발원은 분석했다.
김혜정 부산 여성가족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부산은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가족구성원에 따라 다른 정책적 욕구를 갖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 가족 정책은 현재보다 가족 범주를 확대하고 가족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