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증용역에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밀양과 가덕도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했을 때 국토교통부 내에선 이런 호평이 터져 나왔다. “‘V’ 자로 신설 활주로를 배치하는 아이디어는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감탄도 이어졌다. 부산·울산·경남에선 김해 신공항을 물고 늘어졌지만, 그럴 때마다 국토부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김해 신공항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보도해명 자료’ ‘보도참고자료’ 등을 냈다. ‘안전문제 때문에 김해 신공항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제목을 단 자료도 있었다.
4년 전 “콜럼버스 달걀” 김해 옹호
작년엔 “부적격 나오면 원점서 다시”
결과 발표나자 “조속히 후속조치”
카멜레온식 변신에 국민 시선 싸늘
검증위는 총리실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기본계획 수립 전에 지자체와 협의를 하지 않은 건 법률적 절차를 위배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기본계획 수립 절차상 고시 후 협의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금까지 기본계획안을 만든 뒤 협의를 해온 게 통상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이의 제기 한번 안 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당한 압력을 방어해야 할 김현미 국토부 장관마저 18일 국회에서 “검증위 결과를 준수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검증위 지적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그동안 지자체와 제대로 협의를 안 한 국토부 공무원들은 모두 문책대상이다. 대형국책사업을 망친 장본인들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증위 발표를 계기로 정당한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가덕도를 신공항으로 하려는 정치권의 행보에도 국토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지난 4년간 김해 신공항을 추진해온 국토부가 맞나 싶은 장면들이다. 납작 엎드려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국토부. 그럴수록 국토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