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결승〉 ○·나현 9단 ●·이영구 9단
장면 ⑩=흑▲로 공격하면서 바둑은 슬그머니 흑의 페이스로 바뀌었다. AI의 흑의 승률 기대치는 54%. 반집 정도지만 처음 우세를 잡았다. 한데 바로 이때 백의 나현 9단이 치명적 실수를 범한다. 바로 백1이다. 흑2라는 급소를 부른 백1. 백은 왜 아픈 곳을 자청해서 얻어맞았을까. 박영훈 9단도 “착각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한발 늦게 3으로 달아났으나 흑4가 뼈저린 급소. 7로 잇자 빈삼각이 두 개나 되는 천하의 우형이 되고 말았다. 이 부근에서 너무 실망한 탓일까. 이후 백은 별 저항 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AI의 타개=AI는 백1로 붙인 뒤 다시 9로 붙이는 타개 수순을 보여준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이다. 그냥 달아나는 것이 아니고 A의 역습도 엿보고 있다. 이 경우 바둑은 아직 호각의 형세다.
◆실전진행=실전은 백7,9가 덧없는 제자리걸음이어서 흑은 10으로 두텁게 뻗게 된다. 이 한 수로 흑은 모든 근심이 사라지면서 더욱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205수 흑 불계승. 종반에 강한 나현이 시종 우세했던 바둑을 종반에 놓쳤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