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 병원비만 매년 1000만원 쓴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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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공 pxhere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는 19일 ‘이른둥이 양육 및 치료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8~10월 이른둥이 부모 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른둥이는 임신 기간(최종 월경일 기준)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뜻한다. 출생 시 몸무게가 2.5kg 이하거나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하는 아기를 통틀어 ‘미숙아’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글 이름인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르기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10.2%)은 연평균 의료비가 1000만 원을 넘는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51.3%)은 연평균 의료비가 1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의료비는 이른둥이 가구의 지출 가운데 36.5%로 식비(41.7%)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러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이른둥이는 퇴원 이후 응급실에 가거나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40.5%에 달했다. 입원 이유는 호흡기 감염(45.7%)이 가장 많았고, 수술(16.4%), 기타 감염(10.3%) 순이었다. 이른둥이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25.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2.4%, 로타바이러스 11.4% 등으로 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였다. 

이른둥이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25.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2.4%, 로타바이러스 11.4% 등으로 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였다. 제공 대한신상아협회

 
이처럼 RS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이 높았지만, 예방접종 경험은 55.2%에 그쳤다.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다태아(쌍둥이)나 외동인 이른둥이는 본인 부담으로 예방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이른둥이 다태아 비중은 27.1%였으며,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71.8%에 달했다.  


현재 RS 바이러스 예방접종 시 건강보험급여 지원 대상은 ▶생후 24개월 미만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소아 ▶32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중 1~3월, 10~12월(RSV 유행 계절)에 생후 6개월 이하 ▶RSV 계절에 출생해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등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89.4%는 “다태아와 외동을 포함한 모든 이른둥이에게 보험급여 혜택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둥이 자녀는 발달 지연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올해 실시한 이른둥이 언어발달 지연 관련 조사 결과 검사를 받은 이른둥이의 25%는 언어치료가 필요했다. 다만 언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실제 치료를 한 비율을 46.3%뿐이었다. 이른둥이 자녀의 발달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은 경우는 23.6%에 불과했다.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29.4%),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어서(20.6%),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20.6%), 비싼 치료 비용(23.5%) 등 순이었다. 제공 대한신생아협회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29.4%),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어서(20.6%),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20.6%), 비싼 치료 비용(23.5%)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른둥이 자녀를 둔 부모는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 양육정보 부족(39.5%), 양육 인력의 부족(22.7%)을 꼽았다. 경제적 부담, 주변의 시선과 편견이라는 응답도 각각 21.4%, 11.6%를 차지했다.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이른둥이 출산은 이후 자녀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59.1%의 부모는 “더는 자녀를 낳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향후 태어날 아기가 또 이른둥이일까 봐 걱정된다(30.6%), 태어난 이른둥이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23.1%) 등이었다. 출산율 제고 측면에서도 이른둥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렬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은 “출생아는 매년 줄어드는 반면, 전체 출생아 가운데 이른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른둥이는 출생 이후 2~3년간의 집중적인 케어가 매우 중요하고, 발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만삭아보다 더 높으므로 이른둥이들의 재활치료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