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중앙은행인 한은이 등장한 건 ‘전자지급거래청산업 신설’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포함한 청산기관에 대한 허가, 자료제출 요구 및 검사 권한을 갖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7월 혁신방안에 포함된 것으로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기관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급증하는 디지털 결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급증하는 디지털 결제 안정성 확보해야”
그런데 최근엔 모바일기기 등을 활용한 간편 결제와 00페이 같은 간편 송금 서비스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산업의 성장에 맞게 새로운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 자금 세탁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방지책이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은 “권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중복규제”
한은은 애초에 한은법에 명시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본다. 한은법 28조는 금통위가 지급결제제도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위가 청산기관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을 행사하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큰 틀에서 지급결제는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에 따른 채권·채무 관계를 지급수단을 이용해 해소하는 행위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 대다수의 국가는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제도를 운영한다. 한은 관계자는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독점적인 화폐 발행권을 가진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급결제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을 두고 양측은 지난 3월부터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도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법 개정에 나선 건 사실상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한은 내부의 불만도 상당하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 당국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양측 갈등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위는 해당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그동안 긴밀하게 협의해왔고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한은과 계속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가 철회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본질적으로 업무영역을 넓히려는 금융위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 방안에 담은 내용을 스스로 빼는 건 모양새도 좋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