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위원들의 보고가 끝날 무렵 쓰고 있던 마스크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암행어사 마스크’”라고 소개했다. 그런 뒤 “다들 착용해 보시죠”라고 권했다.
해당 마스크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를 앞두고 권익위가 제작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3년째 상승하는 등 반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평가 순위가 올라갔다”며 “이번 회의 개최를 반부패, 청렴성, 나아가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는 웹툰 ‘TEN(텐)’의 주인공 캐릭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 앞에서 만화 캐릭터 마스크를 쓰며 “어떻습니까”라며 웃어 보인 뒤 “각 부처는 주저 말고 아이디어를 내달라. 기발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좋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향해 잇따라 질문을 쏟아냈다.
첫번째 질문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받았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설명했다. 다른 국무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의사봉을 두드려 이를 통과시킬 것을 예상했지만 문 대통령은 돌연 “질문이 있다”며 의결을 중단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을 뺏긴 기업의) 손해액의 3배를 (기술을 탈취한 기업이) 배상하는데, 손해액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받도록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했다. 박 장관은 “세심히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
군용 비행장 및 사격장 주변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금 지원 제도를 보고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문 대통령은 또 “질문이 있다”며 “군 사격장에 주한미군도 포함되나”, “(포항)아파치 헬기 사격장 문제도 해결이 가능한가” 등을 물어 “해결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은 뒤에야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납과 수은 등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 23종을 추가하는 내용과 수돗물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임에도 여러해 유통됐다면 문제”라며 “몇년간 축적했다가 한꺼번에 포함하는데, 어쨌든 실기(失機)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 지역 수돗물 유충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자체만 대응하니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환경부도 지원해야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는 “(단지 내)교통사고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됐다”는 사인을 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08억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미신청액을 기부로 간주해 고용보험기금에 편입되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국민이 기부한 소중한 돈”이라며 “국민께 감사를 표해주시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거란 점을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질문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례적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라며 “안건이 지난 회의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안건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ㆍ확인하고 당부하는 바람에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