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대규모 백신 접종 기대감 높아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모더나 백신에 대해 최대한 빨리 승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모더나는 연내 2000만 회분, 내년에 5~10억 회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화이자 백신도 이달 안에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내 시판될 경우 올해 5000만 회분, 내년 13억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연내 대규모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가들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구매전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보다 유통이 수월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반면 모더나 백신은 냉장고 냉장실 온도(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 냉동실 온도(영하 20도)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가격은 1회 투여 기준 모더나는 32∼37달러(약 3만5000∼4만1000원), 화이자는 19.5달러(약 2만1000원)다. 두 백신 모두 2회 접종해야 한다.
'입도선매' 나선 美·日 주요국들 … 韓은 "협상 중"
뉴욕타임스(NYT),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여러 국가가 이미 모더나 백신을 선 구매했다. 미국은 1억 회분 공급 계약을 맺었고, 4억 회분을 추가로 살 수 있도록 조건도 걸어뒀다. 일본 5000만 회분, 캐나다 2000만 회분(3600만 회분 추가 구매 가능), 스위스 450만 회분 등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들도 선 구매를 해뒀다. 이미 5개 개발사의 코로나19 백신을 20억 회분 정도 확보해 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모더나 백신 3상 결과에 대해 "고무적인 소식"이라면서 추가 구매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미리 사놓은 나라들도 여럿이다. 미국 6억 회분, EU 3억 회분, 일본 1억 2000만 회분 등에 이른다. 영국·뉴질랜드·캐나다·호주·이스라엘 등도 미리 계약을 맺어놨다. 화이자가 내년까지 공급 가능한 백신의 90% 정도가 이미 생산 전에 판매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3상 시험에 들어간 5개 업체와 구매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1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은 중복된 것을 빼면 10개 정도 되는데 그중 임상시험 자료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면 5개 정도가 대상"이라며 "5개 중에서도 시차를 두고 구매하는 각각의 선 구매가 필요하다고 자문위원회의 의견이 모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끝낼 유일한 존재가 백신인 상황에서 백신 선 구매는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 주요국들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복수의 백신 개발사들과 선 구매 계약을 맺는 이유"라면서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곧 3상 결과 발표 … "부작용 지켜봐야" 신중론도
NYT에 따르면 현재 12종의 백신이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이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수주 내 3상 분석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분 가격이 3파운드(약 4300원)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보다 저렴하다.
미 존슨앤드존슨은 세계 각지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3상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견돼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3상 시험을 재개했다. 중국 제약사 시노팜과 시노백의 백신도 3상이 실시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가 3상에서 92%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백신은 우리가 지닌 다른 도구를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방역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