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김해신공항 안전문제 지적 관측
오늘 김해신공항 부적합 발표 유력
노무현 정부 때 시작, 다시 원점으로
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논란 커질듯
사업성 압도적 1위 김해는 백지화
평가 꼴찌한 가덕도 추진 힘 실려
경제성 뭉갠 월성원전 꼴 날 우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검증위 발표 뒤 곧바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정부의 입장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앞서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게 되면 다른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를 담당했던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다.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인 1위였고, 이어 경남 밀양, 가덕도 순이었다. 김해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되고 3위였던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처럼 경제성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비등할 수 있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14년에 걸친 정치권의 표 계산이 국책 사업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PK(부산·경남)냐 TK(대구·경북)냐, 부산 가덕도냐 TK에 가까운 밀양이냐를 놓고 격돌해 온 여야의 이해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번엔 가덕도 신공항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영남권의 신공항 건설 계획은 14년 전인 2006년 12월 1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오찬에서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이 자리에 와 있다. 이 자리에서 바로 하명하겠다. 지금부터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공식 검토해 보자”고 밝히며 시작됐다. 대통령의 약속은 지역 정가에 떠돌던 신공항 건설 주장을 단숨에 중앙정치 무대로 끌어올렸다. 이듬해인 2007년 7월엔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가 대구에서 ‘남부권’이 아닌 ‘영남권 신공항’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대선주자 경쟁을 벌였던 야권의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 모두 TK 신공항을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부산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신공항’으로 결론났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4년여 만에 신공항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PK 지역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면서 촉발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필두로 한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과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반대’ 목청을 높였고, 여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이란 명분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김해신공항 검증위 설치’를 이끌어냈다.
검증위 발표를 앞두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4일 “영남 지역의 희망고문을 끝내야 한다”고 했고, 이는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보태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전재수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는 16일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전에 서둘러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해야 한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여야 합작이 신공항 사업 산으로 몰아가”
부산 민심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국민의힘도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슬쩍 올라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부산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정부가 가덕도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조속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이종배 정책위의장)고 밝혔다. 민주당처럼 앞장서지는 않지만 신공항 이슈를 모른 척하지도 않겠다는 태도다.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단행된 국책사업 관련 결정이 뒤집히는 책임은 정부·여당에 지우되 정치적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부산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코로나로 항공 수요가 급감했다. 신공항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은 것도 국민의힘에 이런 태도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밀어붙이는 여당, 막지 않는 야당의 합작이 신공항 사업을 산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심새롬 기자, 세종=김민욱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