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환자 중심 임상시험 참여가 신약 강국 지름길

중앙일보

입력 2020.11.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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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큰 질병이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걸렸을 때 국내에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약이 있는 외국에 가거나 ‘해외 의약품 특례수입’으로 확보한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는다.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제한된 물량만 확보할 수 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생명이 위급하지만 적절한 치료 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개발 중인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승인하는 제도다.
 
마지막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이중맹검법’으로 시행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실험군에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대조군에는 표준 치료제가 투약된다. 코로나19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국내외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약받은 항체 치료제가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되면 증상에 따라 중점치료기관·지역의료원·생활치료센터로 구분해 입원시킨다. 이때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병원은 환자에게 임상시험 참여 의사를 확인한다. 확진 판정 때 임상시험 참여 의사를 밝히면 더욱 수월하다. 임상시험 책임자(의사)는 해당 시험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한다. 환자는 자발적인 임상시험 참여를 확인하는 동의서를 작성한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의사와 약사의 책임 아래 엄격하게 관리한다. 임상시험 도중이나 임상시험 이후에도 환자기록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 임상시험은 임상시험 심사위원회(IRB)의 심사를 받아 진행한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임상시험 강국이다. 32개 병원 임상시험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췄다. 이번에 국립중앙의료원·아주대병원·경북대병원 등 21개 병원과 다수의 생활치료센터가 참여한 감염병 임상시험센터를 구축했다.


남은 과제는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 환경 구축이다. 임상시험 참여자는 다양한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임상시험의 안전성도 당연히 고민한다. 참여자들에게 개방적인 임상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우리 재단은 ‘코로나19 임상시험 포털’(COVID19.koreaclinicaltrials.org)을 개설하고 ‘사전 임상시험 참여 의향서’의 접수를 시작했다. 제약사도 환자 중심 임상시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의 임상시험 참여자가 신약 개발 유공자로서 대우받고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도 필요하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