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 밖으로 탈락했다. 김씨가 신청한 주택형의 하한선이 자녀 3명이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녀 수를 우선해 당첨자를 뽑는다. 김씨는 “‘신혼부부’의 기준이 혼인 기간 7년 이내인데, 신혼 내내 자녀를 낳아야 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문턱 더 높아진 아파트 특별공급
자녀 넷 50대는 영·유아 없어 탈락
패닉바잉·로또분양이 하한선 올려
일반공급 가점 74점도 안심 못해
청약가점 낮은 사람의 로또 당첨 지름길로 통하던 특별공급 문턱이 더 높아졌다. 일반공급 못지않게 청약 경쟁률이 치솟은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10~12일 과천 지정타 3개 단지 당첨자 발표 결과,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과천 이외 수도권 34개 모집군 중 17개가 자녀 수 3명이 하한선이었다. 2명이 16개, 한 명이 하나다. 지난 2일 청약접수에서 신혼부부 경쟁률이 141대 1이었다.
다자녀 특별공급도 경쟁률이 59대 1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하한선은 고공 행진했다. 과천을 제외한 수도권 14개 모집군 중 11개 하한선 점수가 80점 이상이었다. 6개가 85점이었다. 동점에서 당첨자를 결정한 자녀 수가 대부분 4명이었다.
85점을 받으려면 자녀 4명(35점), 영·유아(6세 미만) 2명(10), 무주택 10년 이상(20), 수도권 거주 기간 10년 이상(15), 청약통장 가입 기간 10년 이상(5)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녀 수와 영·유아 자녀 수가 각각 1명당 5점이다.
로또 아파트 당첨 하한선의 ‘로켓 상승’에 신규 분양 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천지정타 일반공급에선 자녀 둘인 15년 이상 무주택자도 탈락이 속출했다. 통장가입 기간도 15년 이상이면 69점으로 웬만해선 받기 어려운 점수다. 그런데 하한선 점수로 69점이 많았다. 3개 단지 54개 모집군 중 24개 하한선이 69점이었다. 동점자는 추첨으로 가린다.
30대 ‘패닉 바잉’(공포 구매)를 달래기 위한 정부의 특별공급 확대가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모두의 하한선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이 분양가 6억~9억원 주택에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14%)로 10%포인트 올라갔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추가로 완화할 예정이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청약 과열의 근본 원인은 지나친 로또다. 과천 지정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반값도 안 돼 가구당 평균 1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당첨자가 저렴한 주택 공급의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총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기보다 같은 물량 내 기준만 완화해 로또 청약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