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미 이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바이러스 뇌염이었다. 건강하던 민호는12시간만에 의식 불명이 됐고 서울대병원에서 석달 정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민호는 2년째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민호의 방은 작은 중환자실이다. 민호는 간헐적으로 스스로 호흡할 뿐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목에 구멍을 내 거기로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가래를 뱉지 못해 흡입기로 수시로 뽑아야 한다. 산소발생기·산소측정기 등이 24시간 가동하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는 구조다.
서울대병원, 재택환자 74명 조사
하루 평균 17회 가래·콧물 뽑아
개인생활에 쓰는 건 2.4시간뿐
간병인 파견 등 돌봄서비스 시급
이씨는 “평범한 가정처럼 아이랑 놀이터에 가거나 산책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성인 와상환자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나 요양보호사 같은 대체재가 있지만 아이는 온전하게 부모 몫”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다온이는 미숙아로 태어나 집에서 기관지폐이형성증과 싸우고 있다. 인공호흡기는 뗐지만, 여전히 기관 절개를 통해 산소발생기의 도움을 받는다. 역시 24시간 부모가 지킨다. 엄마(39)는 “동네 카페에서 여유 있게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중증소아청소년 재택환자는 1917명(2017년 기준). 세브란스병원 조사에 따르면 2년 새 3배가 됐다. 영국·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국가돌봄센터가 전문 간병인을 양성해 집으로 보낸다. 한국은 이런 게 없다.
서울대병원이 넥슨(100억원)과 정부 예산(25억원) 지원으로 단기돌봄센터를 2022년 연다. 최유현 교수는 “중증 소아환자를 더는 가정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가 나눠 부담해야 한다. 현실에 맞는 서비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