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왜 조용해?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감 기간 중 이례적으로 2소위를 열며 '구글 갑질'을 막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구글코리아 임재현 전무를 불러 시장지배력 남용이라 질타하며 "구글이 악마가 됐다"(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고 꾸짖었다.
· 분위기가 바뀐 건 국정감사 마지막 날(10월 23일).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냈다. 인앱결제의 영향과 피해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후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8일)가 열렸으나, 찬·반 입장 차만 다시 확인했다.
공청회의 미묘한 기류
·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에 따라 시장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독과점을 규제해선 안 된다"며 "구글 인앱결제가 반(反)공정행위라는 근거가 없고, 정당한 재산권 행사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
· 게임개발사인 슈퍼어썸 조동현 대표도 "작은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결제시스템을 직접 만들긴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구글의 인앱결제가 중소개발사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반면, 여당 측이 추천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와 김현규 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앱 개발사에 30% 수수료를 강제하고 있다"며 "선제적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속도 조절일까, 입법 좌초일까
· 여당은 당장 '사전 규제법'을 만들어 향후 소급적용 논란을 막아야 한단 입장.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글 정책이 적용되는 내년 1월 20일 전 시행령을 마련하려면 논의를 끌어선 안 된다"고 했다.
· 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나 중복규제 위험성을 들어 검토가 더 필요하단 입장.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지는 법안 케이스인데, 발생 가능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익명을 원한 IT업계 관계자는 "공청회에 인앱결제 영향을 받는 소비자 목소리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법안 발의에 관여한 한 보좌관은 "여·야 입장이 달라져서 상임위 통과가 불투명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글의 반격?
·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기업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8월 이후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인앱결제 강제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최근 공청회 이후에도 두 단체 모두 성명서를 통해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구글은 "인앱 결제 정책 추진은 예정대로 하되, 콘텐트 업계와 상생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1억 달러(1150억원) 규모의 한국 개발자·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학계·업계·소비자·법률 및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을 지난 6일 출범했다.
· 8일에는 구글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은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를 담보하는 핵심 도구"라며 '개별결제보다 구글플레이 통합결제가 더 편하다(73.1%)'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 특히 구글은 국회 설득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구글의 법무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오래전부터 과방위 의원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해왔다"며 "최근엔 김앤장도 나서 구글 입장을 설명 중"이라고 말했다.
· 주한 미국 대사관도 움직였다. 12일 오전 미 대사관 인사가 국회 과방위 여·야 간사실을 찾아 해외사업자 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앞으로는
· 규제 당국은 일단 객관적 조사 등이 선행돼야 한단 입장이다. 과기부는 이달 말까지 실태조사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앱결제에 대해 "부당한 거래조건 강제 등으로 볼 수 있다"(김재신 부위원장, 4일 국회 예결산특위)는 입장이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김 부위원장은 "ICT 사건은 시장 상황 및 거래구조가 복잡해 면밀한 시장 분석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 이원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구글의 정책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지만,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규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더라도 어떻게 합리적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