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수송 투입' 귀해진 드라이아이스…"클럽도 쓰지마"

중앙일보

입력 2020.11.13 05:00

수정 2020.11.13 05:0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영하 70' 상태에서 보관해야 효능이 유지되는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전례가 없는 '초저온 백신' 접종을 코앞에 두고 귀하신 몸이 된 존재가 있다. 바로 '드라이아이스'다. 유전물질인 mRNA로 만들어진 화이자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 초저온 상태가 충족되지 않으면 효능이 사라진다. 그래서 백신을 담아 유통하는 보관함에는 드라이아이스가 들어간다.  
 

드라이아이스.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영하 70도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하기 위해 필요하다. [트위터 캡처]

11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이아이스 부족 사태로 백신 보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내년까지 국내외에 13억5000만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드라이아이스로 옮겨야 하는 백신도 처음이지만, 규모 또한 상당하다.   

백신 보관함에 드라이아이스 넣어
드라이아이스 부족 사태 우려 나와
냉동 배달식품 수요 증가로 이미 급증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쉽게 설명해서 독감 백신(영상 4도)은 냉장실에,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영하 20도)은 냉동실 온도에 보관해도 되지만, 영하 70도 보관·유통은 이전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초유의 일"이라면서 "드라이아이스가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 상태에서 보관해야 효능이 유지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비 피터스 영국 버밍엄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의 초저온에서 백신을 배포할 수 있는 물류 능력은 (기존엔) 지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 기체를 압축·냉각 등의 과정을 거쳐 고체 상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냉동 배달 식품 수요가 늘면서 드라이아이스의 수요는 이미 급증한 상태다. 더욱이 봉쇄 조치 등의 영향으로 드라이아이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 생산마저 부족하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실어 나를 보관함 이미지. 이 속에 드라이아이스가 들어간다. [트위터 캡처]

세계 가스 업계 뉴스를 전하는 가스월드에 따르면 드라이아이스 제조·유통 업체들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드라이아이스 업체 사장은 "식품 배송용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드라이아이스 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드라이아이스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재고가 3시간 만에 바닥난다"고 전했다. 
 
드라이아이스 수요 급증으로 영국에선 "봉쇄 해제후 재개장을 한 클럽들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기계를 보기 힘들게 되는거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연기를 뿜어내는 특수효과에 드라이아이스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클럽에서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연기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미 압축가스협회(CGA) 측은 "회원사들에 파악한 결과 드라이아이스 생산 능력은 백신 제조업체의 예상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화이자 역시 "백신의 효과적인 보관과 운송을 위해 물류 계획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승객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드라이아이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항공 특별수송업체 페덱스는 화이자 백신 수송을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대량으로 항공기에 실을 수 있도록 민간항공 규제 당국의 특별승인을 받기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