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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초등 돌봄교실 파업 사태, 총리가 나서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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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초등 돌봄 교실 운영을 둘러싸고 그동안 우려하던 ‘뇌관’이 결국 터졌다.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돌봄 관리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 자신들의 신분과 처우가 불안해진다며 지난 6일 파업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파업처럼 아이를 볼모로 한 투쟁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교사의 대체 투입은 노동법상 불법이라고 반발하자 교육부는 교감·교장 등 관리자에게 급히 맡겼다. 카드 돌려막기 하듯 땜질식 지침만 내놓는 교육부의 대응을 보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교육·복지·여성부 강건너 불구경
돌봄 수요 급증한 현실 고려해야

당초 돌봄 교실은 1991년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초등생 대상 방과 후 보육 교실’이 시작이었다. 보육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2004년부터 초등 돌봄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방과 후 학교 정책에 포함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워왔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9 영유아 주요 통계’를 보면 초등 돌봄 교실 수요가 급팽창했다. 참여 학생 수를 보면 2008년 3334개 교실 5만4638명에서 2019년에는 1만3910개 교실 29만358명으로 무려 5배나 급증했다. 전담사도 1만2000명까지 늘었다.
 
돌봄 교실만 9개가 있는 곳도 있다니 가히 웬만한 작은 학교 규모로 커졌다. 때문에 돌봄 교실에 투입해야 할 교사와 학교 업무는 상상 이상으로 늘어났다. 돌봄 대상 학생 선발부터 각종 공문 작성 등 행정업무 대부분이 교사의 몫이다 보니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 1호가 된 지 오래다.
 
학교를 보육기관 취급하는 현실이 교사의 교육 열정마저 앗아가고 있어 큰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원격수업 등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돌봄 전담사 파업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심정은 허탈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복지부·여성가족부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결자해지 자세로 근본적 처방을 내놔야 한다.
 
첫째, 총리가 직접 주관하는 컨트롤 타워를 속히 구성해야 한다. 관련 부처만의 협의로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둘째, 파업의 주된 원인이 된 전담사의 신분 불안 우려를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자체에 이관하더라도 근로조건에 변함이 없고 개선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전담사 중에는 지자체 이관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필요하다면 정부·지자체 및 이해 당사자의 대타협 기구도 필요하다.
 
셋째, 초등 돌봄 교실은 학교가 장소 제공 관련 협력을 하되 관리 주체는 지자체라는 점을 명확히 해 앞으로 발생할 갈등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에 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명문화해야 한다.
 
서울 중구청의 ‘초등 돌봄 교실 모델’과 부산 금정구청의 ‘지역 돌봄 교실 모델’ 등 우수한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서울 중구청은 초등 돌봄 프로그램 운영과 전담사 처우 등을 직접 주관해 지역사회와 학부모·교사·전담사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 금정구청은 맞춤형 우수 돌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돌봄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까지 할 정도란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을 볼모로 한 파업은 안 된다.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이 ‘인질’이 되면 국민적 공분만 살 뿐이다.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제도적 결함과 사회적 공감대 부족이 작금의 사태에 이르게 한 사실을 반추하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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