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기다려 줍니까, 해가 기다려 줍니까. 나이 90 넘도록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해야 합니까. 책임지세요.”
11일 소송의 당사자로 재판에 참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힘겹게 소리치는 이 할머니를 변호인이 달래어 부축해 나갔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어린 나이에 대만의 위안소에서 겪은 고통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처음 위안소에 간 날, 군인은 그에게 칼을 휘둘렀다. 군인 방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잘못했다고 빌었다는 이 할머니는 당시 “엄마”를 크게 외쳤던 소리가 힘들 때면 아직도 들려와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4년 동안 이어진 재판, 내년 1월 선고 예정
“저는 위안부가 아닙니다. 이용수입니다.”
이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였다. 16살에 조선의 아이로 위안소에 끌려갔다가 지금은 대한민국의 노인으로 이 자리에 있다고 호소한 이 할머니는 “나는 위안부가 아닙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4년 동안 이어진 재판, 세상 떠난 피해자 6명
일본은 ‘국가면제’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주권국가는 스스로 원치 않는 한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을 특권을 누리므로 재판이 각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은 최후진술에서 “국가면제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위안부 제도의 성격, 인권침해 내용과 정도, 위법의 정도를 심리해 국가면제 법리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리인은 20세기 최악의 인권침해 사건으로 나치 전범과 ‘위안부’ 사건을 꼽았다. 그는 “나치 전범은 법원의 판단으로 인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위안부 사건은 아직도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재판이 국제질서 속에서 외면됐던 한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는 오는 2021년 1월 1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