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5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검찰총장이 자신의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 특활비를 많이 주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추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중앙지검에는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아 수사팀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답했다. “총장이 주머닛돈처럼 쓴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6일에는 윤 총장의 특활비 배정과 집행 관련 내역을 보고하라고 대검 감찰부에 지시했다.
추 장관 말과 달리 서울중앙지검 16% 지급
차제에 법무부 받아 쓴 10억원 용처 밝혀야
하지만 검증에서 의혹을 확인할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올해 전체 검찰 특활비의 16%가량이 지급됐다. 2018년과 지난해에 지급된 것과 비슷한 비율이다. 여당 의원들은 총액 기준으로 많이 줄었다고 주장하나 전체 특활비가 매년 삭감됐기 때문이다. 대전지검에도 평소와 비슷한 3% 수준이 지급됐다고 한다. 최근 시작한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독려하기 위해 대전지검에 특활비를 많이 줬다는 의혹도 근거가 없는 추측이었다.
이쯤 되면 추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로서는 예산 사용을 감시한다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소문만 듣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순수한 의도로 보기 어렵다. 특히 검찰이 월성원전 관련 압수수색을 한 직후여서 수사에 압력을 넣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추 장관은 본인이 관할하는 조직에 대한 의혹인 만큼 신중히 조사하고 답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허위로 드러날 의혹에 대해 주저없이 동조했다. 검찰총장을 몰아낼 수 있다면 중상모략도 괜찮다는 것인가.
차제에 법무부의 특활비 사용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검찰에 특수활동비를 배정하는 것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서 현금 쓸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사도 하지 않는 법무부가 왜 10억원이 넘는 돈을 해마다 받아 쓰는지 꼭 밝혀야 한다. 여당 측에선 “추 장관은 개인적으로 쓴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개인적으로 안 썼다는 증거는 없다”고 맞선 상태다. 어차피 법무부는 수사 관련 기밀은 없으니 세밀히 확인해야 한다. 또 법무부가 근거 없이 특활비를 받아 쌈짓돈처럼 쓰는 관행을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