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피의자(손정우)가 주요 피의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기본적인 증거도 수집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손씨에 대해 범죄수익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심문 절차에 출석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정한 주거가 있고 ▶관련 사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기각한 이유로 밝혔다.
“원칙 따른 판단” VS. “국민 법감정 무시”
반면 손씨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씨의 범죄 행위의 심각성·중대성을 더 많이 살폈어야 한다. 증거 은닉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긴 하지만 사안이나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당연히 손씨가 구속될 줄 알았는데 재판부 판단은 이례적”이라며 “손씨의 아버지가 고발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안 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응분의 대가는 치르게 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싶다.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월 전 구속적부심선 “도주 우려 있다”
이와 관련해 승재현 연구위원은 “당시와 지금은 상황 자체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구속적부심 심사는 미국으로 송환되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형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손씨가 미국에 가지 않으려고 도망갔을 우려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이미 미국으로 송환이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손씨가 도망갈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손씨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원 부장판사의 신상을 공개하며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성착취물에 대해 법원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