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표를 던진 선거인을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 부른다. 선거인은 정당이나 후보가 믿을 만한 사람을 지명 또는 선출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미국 대선 역사를 통틀어 157명의 ‘신의 없는 선거인’이 나왔다. 이들에 대한 조처는 ▶처벌하되 투표는 유효 ▶처벌하고 투표도 무효 ▶투표를 강제하지 않음 등 주에 따라 제각각이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승리한 워싱턴주의 경우 선거인 3명이 배신 투표를 했다. 이들은 힐러리 대신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찍었다. 주 정부는 벌금 1000달러씩 부과했다. 그러자 이들은 소송을 냈다. 주장의 요지는 “힐러리를 찍지 않은 건 승자독식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야 공화당 선거인단도 배신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소송은 4년간 이어졌다. 올해 7월 연방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주 정부 손을 들어줬다.
3일 실시된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은 애리조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며 선거인단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은 다음 달 14일이다. 이번에도 ‘신의 없는 선거인’의 배신 투표가 나올까. 4년 전 배신 투표를 독려했던 무어 감독이나, 반대로 배신 투표를 “경멸할 만한 형편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던 트럼프나,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풍경이 달라지면, 서는 데가 달라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장혜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