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조지훈 시인의 육필 원고와 유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낭송회와 좌담회 등이 잇따른다. 특히 조지훈의 인간적 모습까지 전해지는 행사가 많다. 조지훈의 3남 1녀 중 막내 아들인 조태열(65) 전 유엔 대사는 아버지를 “내면과 외면의 멋을 모두 갖추셨던 호인이었다”고 기억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 특별전 잇따라
고려대 이번주 ‘지훈 주간’ 선포
막내 아들 조태열 전 유엔 대사
“청록집 이전 시초 첫 공개할 것”
한편 아들이 아프게 기억하는 것은 병과 죽음에 관한 아버지의 작품이다. 48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병과 싸운 시간도 길었다. 조태열 전 대사는 “아버지의 마지막 시 ‘병(病)에게’가 가슴에 제일 와닿고 늘 떠오른다. 병과 대화를 나누시는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했다.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 할 때면/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라고 시작된다.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는 ‘절정’이라는 시를 낭송하셨다. 그 육성을 녹음해 놓은 것도 남아있다.”
우아한 시어는 아름다웠지만 시대에 대한 비판은 매서웠다. 시집 『역사앞에서』로 시작해 『지조론』 등에서는 민족문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신에 찬 어조로 밝혔다. 조 전 대사는 “품었던 정신과 언행이 일치하는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그의 100주년 행사는 다양한 곳에서 진행된다. 대산문화재단은 1920년생 작가 11명 중 한 명으로 조지훈 시인을 포함시켜 지난 6월 심포지엄과 낭독 무대를 열었다. 조지훈 시인이 1948년부터 교수로 재직했던 고려대는 이달 9~13일을 ‘지훈 주간’으로 선포했다. 9일 ‘조지훈 열람실’ 개소, 11일 오후 2시엔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강연 및 추모 좌담회를, 오후 5시에는 『조지훈 연구2』 출판기념식을 연다. 12일엔 시 낭송 축제, 13일엔 종합토론을 계획하고 있다.
조지훈 시인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와 그의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도 이달과 다음 달 문학제와 예술제가 열린다. 조 전 대사는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려진 『청록집』보다도 먼저 썼지만 출판되지 못했던 『지훈시초』의 육필 원고를 이번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하고, 올해 책으로도 출간한다”고 전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