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시대 - 트럼프 향후 행보
우선 트럼프가 퇴임 전 본인과 가족기업에 대한 탈세 수사, 성폭행 등 각종 형사소송과 관련해 이른바 ‘백지 사면(blanket pardon)’을 할 가능성이 있다.
본인·가족 혐의 셀프사면 우려
연방판사 ‘알박기’ 임명 가능성
권력 상실 복수심·공포심으로
충성파 지지자 부추겨 소요 선동
민감한 비밀 정보 해제 가능성
미국 망치는 데 남은 임기 사용 우려
비슷한 전례가 있긴 하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의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1974년 ‘닉슨이 재임 중 저질렀거나,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연방 범죄 일체’를 사면했다. 검찰이 기소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혐의를 없애 줬다.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도 여전히 그에게 있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해 쓴소리를 해 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해고하는 ‘몽니’를 부리거나, 다수당인 상원을 활용해 연방판사를 대거 임명하는 등 ‘알박기 인사’도 할 수 있다.
“레임덕에 빠진 트럼프, 도자기 가게 망치 든 악동 될 수도”
기술적으로는 대통령직 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문건을 파기하고, 비밀문서를 공개해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를 방해하는 ‘사보타주’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수 있는 문건도 파기하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 애들러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교수는 NBC 기고를 통해 28년 전 빌 클린턴(민주당) 정부에서 조지 W 부시(공화당) 정부로 교체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부시 측 직원들이 새로 입주했는데, 백악관 컴퓨터 키보드에 ‘W’ 자판만 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중간 이름 이니셜 ‘W’를 일부러 빼간 것인데, 트럼프의 방해 공작은 이런 장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72일 동안 미국의 군 통수권자도 여전히 트럼프다. 올 1월 의회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무인기 정밀폭격을 통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한 것처럼 미국을 전쟁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독단적 결정을 또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를 “앙심과 두려움을 품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현직자”라고 표현했다. 작가이자 안보전문가인 맬컴 낸스도 이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가디언에 “트럼프는 권력을 잃은 뒤 복수심과 공포심에 사로잡혀 마치 도자기 가게에 대형 망치를 들고 온 악동처럼 미국을 망치는 데 남은 임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엄청난 권한은 유지한 채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2시(현지시간)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에 함께한 뒤 공개석상에선 모습을 감췄다. 참다못해 트럼프 캠프의 한 고위 관리는 8일 오후 “도대체 펜스는 어디에 있나(Where the hell is Mike Pence?)”라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