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될 대로 분열된 미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조치임이 틀림없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라는 명분 아래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와 인종 간 갈등을 부추겼다. 가뜩이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후유증으로 악화한 경제적 불평등마저 트럼프의 정책으로 더욱 심각해졌다. 양쪽의 중재자 노릇을 해야 할 미국의 미디어마저 두 쪽으로 갈려 편파보도를 일삼아 온 데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이로써 백인과 유색 인종 간, 부자와 빈자 간, 그리고 트럼프 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갈등과 증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던 것이다.
트럼프 때 무너진 민주 모범국가 면모 되찾길
세계 리더 겸 국제 질서 수호자 역할도 필요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이 혼란과 갈등 대신 통합과 치유하는 모습을 통해 모범적인 민주국가의 면모를 되찾길 기대한다. 그래야 미국 못지않게 분열과 대립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바람직한 선례를 배우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며 “힘이 아닌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란 바이든의 다짐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트럼프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주판알을 튕기며 오로지 경제적 손익만을 따졌다. 때로는 미군 철수 등으로 위협하며 우방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했다. 최대의 경쟁국인 중국 등은 물론 동맹국과의 관계도 금이 갈 대로 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바이든이 이끌 미국이 세계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다시금 맡겠다고 하니 더없이 반갑다.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의 단합과 치유책을 통해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또다시 화목하고 건강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