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밀려났던 워싱턴 이스태블리시먼트(정통 정치인·외교관 집단)들의 대거 복귀를 의미한다. 대선 캠프 안팎에서 레이스를 지원했던 당선 공신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에 더해 바이든 당선인이 여성ㆍ흑인ㆍ성소수자ㆍ야당을 아우르는 내각을 구성해 미국의 리더십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러노이 국방 유력, 부티지지 유엔대사 거론
내각 구성 원칙 "미국의 이념과 다양성 반영"
공화당 다수 상원 고려, 온건파 선택할 수도
①존 케리·수전 라이스·빌 번스…선수들의 귀환
외교·안보정책을 혼자 결정했던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고령인 데다, 참모들과 집단적 결정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고려할 때 NSC 보좌관이나 국무장관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 전 대사도 하마평에 오른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 전 대사는 행정부의 다양성 측면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등 여러 자리에 이름이 오른다. 라이스 전 대사는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억제하는 선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안보통인 미셸 플러노이 전 차관은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유력하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국방장관 제안을 받았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바이든 캠프의 수장인 블링컨과 함께 워싱턴 안보 싱크탱크인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의 공동 설립자로, 바이든의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만약 ‘라이스 국무장관-플러노이 국방장관’ 조합이 된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여성 트로이카 시대를 맞게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5일 “트럼프 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바이든 정부는 77일 안(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1월 20일을 의미)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캠프 환경 정책인 그린뉴딜의 의회 결의안을 주도해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기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바이든 당선인의 스타일 때문에 오랜 기간 그를 보좌해온 론 클라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나 스티브 리체티 전 보좌관 등은 백악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②여성ㆍ성소수자로 다양성 확보
이에 따라 성별, 인종, 성적 지향에 있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장관 후보군에 여성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폴리티코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차기 재무부 장관 자리에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유력한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학자인 브레이너드는 오바마 1기 정부에서 국제담당 차관으로 재직하다가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바이든 캠프에서 공식 자문 활동을 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남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캠프 안에선 지나 레이몬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도 재무부 장관으로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화룡점정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의 거취가 될 전망이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그는 이달 초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를 지원할 것”이라며 “공직이든 바깥에서든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③공화당 넘어간 상원, ‘온건파 내각’ 부르나
폭스뉴스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노동부 장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진보그룹 일부에서는 월가의 대형은행 개혁을 위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재무부 장관으로 밀고 있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워런 같은 뚜렷한 좌파 성향의 장관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악시오스는 “공화당과 충돌을 빚은 라이스나 예이츠 같은 후보도 공화당에서 선호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들보다는 블링컨, 브레이너드, 존스 의원 등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로 꼽힌다.
만약 ‘상원의원 전면 금지’ 조항이 현실화하면 샌더스나 워런 외에 쿤스 의원도 내각 명단에서 배제될 수 있다.
④공화당 인사 '파격 발탁' 전통 되살릴까
오바마 정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 야당 인사를 장관으로 발탁하는 전통은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정부까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와서 이런 관례가 깨졌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장관은 바이든이 미국의 통합을 위한 올리브 가지를 확장하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을 요직에 앉힌다면 더할 나위 없는 파격 카드가 되는 동시에 미국의 정치적 정통성을 회복시킨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다만 공화당 인사를 핵심 보직에 앉히는 것은 가장 온건한 선택지라도 취임 초기 당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