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음을 졸이던 친구의 임신테스트기에 나타난 건 빨간색 2줄. 임신을 확인한 친구는 결국 산부인과에서 낙태 수술을 했다. 수술 전 의사는 “이거 불법인 거 알지?”라고 물었다. 수술 후 친구는 건강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죄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신생아 20만원 입양, 또 일어날 수 있다”
A씨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은 이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20여개 대학의 페미니즘 동아리가 모인 ‘160만의 선언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 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낙태죄 완전 폐지’ 시위를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0여명 정도가 시위에 참여했지만 이날 현장에는 30여 개의 곰인형이 함께 했다. 인형에는 시위에 동참하겠단 의사를 보내준 1000여명의 이름표가 적혀 있었고, 불법 낙태의 상징인 옷걸이가 걸렸다.
“정부 개정안, 여성 몸 통제하겠단 것”
김영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이날 “역사적으로 낙태죄는 국가의 인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정부 계획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됐다. 여성은 자율성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국가가 유지하겠다는 선포”라고 지적했다.
“입법 시한(12월 31일)까지 투쟁할 것”
자유발언에 나선 김지은씨는 “낙태죄를 없애면 무분별한 낙태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는데 낙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면서 그걸 무분별하게 한다는 건 강자 입장에서 나온 판타지”라고 말했다. 이어 “생명은 소중하고 여성도 생명이다. 그래서 낙태도 찬성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행사에선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보건복지부 명찰을 찬 이들이 낙태죄 입법 예고안을 담은 패널을 읽은 후 이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낙태법 폐지와 정부 입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등에선 여전히 “낙태법 폐지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공동행동 측은 “입법 시한인 12월 31일까지 기자회견이나 시위를 이어가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