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온 강민서(48)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얘기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나는 무죄를 받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신상공개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6일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사적 감정 없다” 1심 무죄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일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올린 건 맞지만 피고가 허위사실이라고 인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양육비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 고소인에 대한 사적 감정도 찾아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조차 “자신의 인생을 살라”
강 대표는 “양육비 청구 소송만큼 비참한 소송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번은 판사가 재판이 끝난 뒤 ‘양육비 소송을 20년 했으니 이제부터 본인 인생을 사세요’라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서 펑펑 울었다”며 “아이 아빠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거지 저를 위해 돈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년간 22명 신상 공개…102건 해결
강 대표는 “이혼한 부부의 경우 감정의 골이 쌓여 제3자가 중재를 해 주는 게 도움이 된다. 16년 정도 양육비를 주지 않던 사람도 지난 2018년부터 이번 해 9월까지 꾸준히 연락을 드렸더니 결국 3200만원 정도 되는 양육비를 모두 줬다”고 말했다. 설득해도 끝까지 양육비 지급을 거절하는 이들은 신상을 공개한다. 이런 식으로 강 대표가 해결한 사건은 2년간 102건.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양육비 미지급 부모 22명의 신상이 올라와 있다.
강 대표는 국가가 양육비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압박이다. 어딘가에 내 얼굴이 있다고 하면 그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었다”며 “양육비 이행 명령을 내려도 구속력이 약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더는 재판에 휘말리지 않게 국가가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