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 함께 일했던 이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공식 지지한다고 밝히기 위한 광고였다. 공화당원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양극화된 미국 정치를 해결할 적임자로 바이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광고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오죽 미웠으면 자비를 들여 신문 광고까지 냈을지 싶었다.
정치 스타일도 달랐다. 2008년 대선 당시 지지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던 매케인은 ‘지금과 썩 다르지 않게’ 황당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게 두렵다는 한 남성에게 그는 “오바마는 아주 품위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 되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주변에선 매케인을 향한 야유가 나왔다. 이어서 한 여성이 “오바마는 아랍인이어서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더는 참지 못하고 급기야 마이크를 빼앗았다.
“아닙니다. 여사님. 그는 품위 있는 가족적인 사람입니다. 어쩌다 보니 여러 이슈에서 나와 생각을 달리하게 됐지만 그건 선거의 문제입니다. 그는 아랍인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중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해고하라”는 지지자들의 외침에, 웃으며 “선거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답했다. 총기로 무장한 차로 상대 후보 유세 차량을 위협한 지지자들에겐 “애국자들”이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어쩌면 트럼프에게 매케인은 승리욕이 부족한, 그래서 포로가 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매케인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빼앗겼다. 애리조나는 1952년 아이젠하워 이후 단 한 차례(96년)를 빼곤 공화당이 대선에서 진 적 없던 곳이다. 지금 매케인 측근과 부인에게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비난과 협박이 쏟아진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지지자들에게 쓴소리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