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시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90%)로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지만, 시장에 ‘세금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랐다. 지난달 말까지 10주 연속 0.01%를 유지했던 상승률이 다시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폭도 확 커졌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0.23% 올라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0.07%포인트 확대됐다. 인천도 0.12%에서 0.15%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71주 연속 전셋값 상승…“차라리 사자”
지난 10주간 보합세를 유지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고개를 든 가장 큰 이유는 전셋값 상승이다.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올라 71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승 폭도 직전 주보다 0.02%포인트 커졌다.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 데는 규제 영향이 크다. 지난 7월 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상정 3일 만에 시행된 뒤 전세물건이 확 줄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기존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세물건이 줄면서 전셋값은 계속 올랐다. 6월 0.24%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임대차2법이 시행된 7월 0.45%, 8월 0.65%, 9월 0.60%로 커졌다. 월세도 오르고 있다. 6월 0.05%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7월 0.09%, 8월 0.13%, 9월 0.14%로 급등했다.
대출받을 수 있는 중저가 몸값 올라
시장에서는 ‘시장의 왜곡’을 우려한다. 그간 시장에서 공식처럼 통했던 이론이나 현상과 다른 상황이 빚어져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금 인상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전반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지 않으면 가격 안정 효과를 보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탈출구 없는 규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집을 사도(취득세), 집을 보유해도(보유세), 집을 팔아도(거래세) 세금이 폭탄 수준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진행되면 보유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보유세가 부담되면 팔면 되는데 거래세 부담도 크니 어차피 부담될 거 ‘버티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라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려면 거래세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