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된통 당한 中반도체, 바이든에 거는 기대 딱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0.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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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를 읽다 ⑱ : 美 대선 결과 초조한 中 반도체 업계 

[AFP=연합뉴스]

줄곧 내리막길...

[사진 셔터스톡]

무엇이? SMIC(中芯國際),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주가다. 반도체 자립을 내세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지난 7월 상하이 스타마켓(커촹반·科創板)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배 이상 높은 82.92위안으로 출발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했다. 2개월여 만에 주가는 50위안까지 내려앉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SMIC에도 반도체 제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와서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반등했다.

SMIC 주가 변동. [신랑재경 캡처]

11월 3일 오후 기준 SMIC의 커촹반 주가는 64.56위안이다. 상장 초기에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만, 9월 말 49위안까지 떨어졌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중요한 건 추세다. 10월 초부터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상승의 이유는 뭘까. 중국 내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시장에선 미국 대선으로 본다.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단시일에 업무에 복귀해 혼신의 힘을 다해 유세에 나서고 있지만 조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시장에선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을 대비하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바이든이 되면 중국 반도체 업계엔 좋은 걸까.

[로이터=연합뉴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중국 반도체 업계 생각이다. 내심 트럼프가 되길 바라는 기류가 엿보이는 중국 정계와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사진 셔터스톡]

워낙 트럼프에게 크게 당해서 그렇다. 반도체 기술이 중국 산업의 약점이라고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화웨이의 숨통을 죄었다. 화웨이가 규제의 틈새로 빠져나가려 하면 추가 규제로 길목을 막았다.
 
지난 8월 미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중국과의) 반도체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할 정도였다. 가장 큰 고객인 중국과의 판로를 막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재 대상을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확대하는 걸 검토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다를 것이다.

[AFP=연합뉴스]

중국 업계가 아니라 미국 내의 기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 이른바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이 그렇다.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캠프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 기업 7곳 중 5곳이 빅테크 기업이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이다. 

[사진 셔터스톡]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공급망을 분리하면서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바이든이 회복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롭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닛케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과 거래하고 물건을 팔고,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들 기업은 중국에 관해선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은 중국과의 공급망 연결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미 반도체 업계와 처지가 같다.
 
바이든은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래도 "트럼프처럼 자국 기업의 살을 깎으면서까지 무지막지한 제재를 하지는 않겠지." 이게 업계 생각이다. 대럴웨스트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미 기술 기업들은 트럼프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 부질없을지 모른다

[AP=연합뉴스]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는 개표에서 바이든을 압박하고 있다. 4년 전처럼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가 또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아니, 트럼프 진영에선 사실상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설령 바이든이 우편 투표에서 결과를 뒤집는다고 해도, 트럼프는 연방 대법원까지 가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이 우여곡절 끝에 집권한다고 해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가 꺾일 리도 없다.


미국 역시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견제 방침을 바꿀 리 없다. 바이든으로서도 미국 내 강력해진 ‘반중정서’를 외면하기 어렵다. 바니 프랭크 전 미 하원 재정위원장(민주당)은 “미국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정치적 상징이 돼버린 이상 바이든이 ‘우리는 다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반(反)화웨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바이든이 원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이럴 순 있다.

[신화=연합뉴스]

바니 프랭크 전 위원장은 “중국이 일정 부분 양보를 해온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IT 기업에 대한 일부 제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이 트럼프보다는 느슨하겠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업계가 바이든 당선을 기대하는 진짜 속내일 수 있다. 그 기대가 실현될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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