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3일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아파트는 매년 3%포인트씩 공시가격이 높아진다.
시세 52.4%인 단독주택도 90%까지 인상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을 80%, 90%, 100%까지 높이는 안을 논의했다. 공청회 당시 90% 안이 유력한 방안으로 손꼽혔고 이에 따른 각종 논란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주요 논란 중 하나는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은 더 내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한 공시가격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변화에 따르면 집값이 10% 떨어져도 정부가 목표한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90%가 될 때까지 보유세는 계속 늘어난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국토부는 집값 하락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 연도별 제고 상한(6%포인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이고 중장기적인 공시가격 인상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10% 떨어져도 세금은 2배
주택 가격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있다.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지난해에만 공시가격이 21.12% 올랐다. 9억원 미만은 1.96% 오르는 데 그쳤다. 때문에 현재 9억원 미만의 시세반영률은 68.1%지만, 9억원 이상 아파트는 72.2%다.
5년 뒤에도 이 격차는 더 커진다. 9억원 미만 아파트의 시세반영률은 75.7%지만, 9억~15억 미만은 84.1%, 15억 이상은 90%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금 인상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가격대별로 차별해서 증세하면 세율이 낮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지역의 시세가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조세 전가’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월세’로 전환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자칫 전세난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현금 확보를 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