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낭은 심장을 감싸는 두 겹의 얇은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크기가 변하는 심장 겉면의 마찰을 막아주는 일종의 보호막이다. 이 심낭과 심낭 사이 물이 차는 질병을 ‘심낭삼출’이라 하는데 심하면 심장을 눌러 기능을 할 수 없게 한다.
김은경 삼성 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3일 암으로 인한 악성 심낭삼출 환자에게 물을 빼내는 시술을 한 후 2개월 이상 ‘콜히친’을 투여하면 합병증을 줄이고 사망률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콜히친은 백합과 식물인 콜키쿰(Colchicumautumnale)의 씨앗이나 구근에 포함된 알칼로이드(식물 독성) 성분으로 주로 통풍 치료에 이용한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계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지 중 하나인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20.589)’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낭삼출은 발병 이유가 다양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암 환자에게 흔히 발생한다. 주로 암의 침범이 원인으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반응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원인으로 꼽힌다.
심낭삼출 환자는 몸속에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집어넣어 심낭에 찬 물을 빼내는 시술인 ‘심낭천자’를 받는 경우 물이 빠진 심낭이 서로 들러붙어 염증이 발생하는 일이 잦고,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암 치료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암으로 인한 악성 심낭삼출 치료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었다.
김 교수팀은 2007~2018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심낭천자를 시술받은 악성 심낭삼출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콜히친 등의 항염증제 복용과 합병증 발생 및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콜히친은 일반적인 심낭염증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로 쓰이지만 암 환자에게는 시도된 바 없었다.
김은경 교수는 “최근 다양한 항암제의 발전으로 악성 종양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악성 심낭삼출과 같이 이전에 드물던 합병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고 지적했다.
이어 “콜히친 투여가 심낭천자술 후 합병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앞으로 콜히친의 적절한 투여 시기 및 용량, 투여 기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