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킨스는 잊힐 만하면 회자된다. 상상할 수 없이 못하는 노래로 어려운 곡만 지치지도 않고 불렀다는 기막힌 스토리 때문이다. 메릴 스트립이 젠킨스 역을 맡은 영화 ‘플로렌스’도 2016년 나왔는데, 지난달에는 유튜브의 ‘앱솔루트 히스토리’ 채널에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꼭 봐야 했는데, 젠킨스 역을 엄청난 성악가가 맡았기 때문이다.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의 음성은 풍부하면서 가뿐하고, 세밀하면서 안정적이다. 거기에 집중력 높은 연기까지 할 줄 아는, 현재 세계 정상의 성악가다.
이유는 이거다. 다큐멘터리에서 디도나토의 노래는 젠킨스가 스스로 듣는 본인의 음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는 ‘이렇게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들렸을까’를 따스한 시선으로 탐구해나간다. 젠킨스에게는 자신의 노래가 디도나토의 노래와 같은 세계 톱 수준으로 들렸을 것이라며, 젠킨스가 행복하게 들었던 본인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노래다. 다큐멘터리는 또 아마도 젠킨스가 매독의 합병증으로 정확한 음을 못 들었을 거라는 추측에 대해 반대한다. 그보다는 자신에 대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사랑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젠킨스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은 때마다 매진이었고, 청중은 그의 팬이 됐다. 청중은 웃음이 터질 때마다 그 소리를 가리기 위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젠킨스는 그걸 순수한 열광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뜨거운 박수까지 받았으므로 행복하게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었다. 1920년대 카네기홀이 ‘보고 싶은 공연’을 조사하면 젠킨스는 5위 안에 들었다고 한다. 비틀스, 베니 굿맨 등과 함께였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근거도 없이 끝까지 믿어주는 모습이었다. 맞는 음이 하나도 없는 음반을 녹음해놓고 음반사에 전화를 해서 “음 하나가 틀렸으니 다시 녹음하자” 했던 젠킨스. 최악이고, 아름다운 음치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