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인한 재·보궐선거 시 무공천’ 당헌(96조 2항)을 수정하기 위한 전 당원 투표에는 80만여 명의 권리당원 중 21만여 명(26.4%)이 참여해 86.6%가 찬성했다.
결국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키로
당규엔 3분의 1 이상 투표해야
여당선 “이번엔 정족수 적용 안돼”
정의당 “절차 정당성도 폐기처분”
안철수 “여당이 선거비 838억 내라”
민주당 당원 26%만 투표 참여, 정족수 미달 무효 논란
이 대표는 “서울·부산 시민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에게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 여성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사과 발언에 대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냐”고 공개질의를 하기도 했다.
당 대표의 반복적인 사과와 달리 민주당은 면죄부를 받았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당 대표 시절에 만든 당헌에 대해서도 “유권자의 헌법상 권리인 투표권을 막은 과잉금지(에 위배되는) 조치”(신동근 최고위원)라는 말이 나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총선 후(5월) 더불어시민당 합당 여부를 물었을 때 투표율이 22.5%(찬성 84.1%)였다. (그때에 비해) 높은 참여와 압도적 찬성은 재·보궐선거에 공천해야 한다는 전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전 당원 투표에 대해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투표 결과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가 당헌 개정과 보궐선거 참여 의지를 먼저 밝히고 사실상 결론을 정해 놓고 한 명분쌓기용 투표였다는 지적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인데, 아무 이의제기 없이 헌법(당헌)을 정해 놓고 단 한 번도 실행하지 않고 저렇게 뒤집는 것은 너무 명분 없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위성정당을 저(야당)쪽에서 만드니깐 ‘아주 천벌을 받을 짓’이라고 해놓고 (여당도) ‘천벌 받을 짓’을 했다. 이번 당헌·당규를 뒤집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궐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욱 부합한다는 이낙연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최 수석대변인)라고 자평했다.
이번 투표가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라는 정족수 당규를 위배(투표율 26.4%)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해당 규정은 권리당원 청구로 이뤄지는 전 당원 투표에 관한 것이고, 당 지도부 직권으로 당원 의견을 묻기 위해 실시한 이번 투표는 정족수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으로 전 당원 투표임을 발표해 놓고도 정족수 논란이 제기되자 사실상 여론조사의 성격이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판 4사5입 개헌 시도인가”라며 “의지를 묻는 투표이기에 괜찮다는 주장은 궁색한 궤변일 뿐”이라고 투표 무효를 주장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알리바이용, 들러리용 당원 투표로 책임정치를 스스로 폐기처분하더니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사과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당내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설치를 공언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여성의원(재선)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담 인력이 제대로 없고, 현역 의원이 겸직으로 센터 운영을 도맡는 기구에 어떤 피해자가 마음놓고 상담하고 조치를 기대하나”라고 지적했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