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아닌 증인으로 선 이춘재 "내가 화성살인 진범 맞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02 14:02

수정 2020.11.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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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56)가 2일 오후 법정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56)가 1980년대 화성과 청주지역에서 발생한 14건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이춘재는 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성여(56)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A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으로, 윤씨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청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증인선서를 한 뒤 자리에 앉아 윤씨 측 변호인의 주 신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춘재는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 맞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화성 사건 재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자신이 수감 중이던 부산교도소로 경찰이 찾아온 데 대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재수사 과정에서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 다 스치듯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백 계기에 대해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다음에형사인 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은)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14건에 대해 먼저 모두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와 제 어린 시절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가 말한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해줘서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며 “자백하면 유리한 처우를 약속했다든지 그런 건 없었다. 사건과 관계없이 편안한 상황에서 말했다”고 말했다.
 
김은빈·최모란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