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는 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성여(56)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A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으로, 윤씨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청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증인선서를 한 뒤 자리에 앉아 윤씨 측 변호인의 주 신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춘재는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 맞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화성 사건 재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자신이 수감 중이던 부산교도소로 경찰이 찾아온 데 대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재수사 과정에서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 다 스치듯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백 계기에 대해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다음에형사인 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은)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14건에 대해 먼저 모두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와 제 어린 시절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가 말한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해줘서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며 “자백하면 유리한 처우를 약속했다든지 그런 건 없었다. 사건과 관계없이 편안한 상황에서 말했다”고 말했다.
김은빈·최모란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