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마포 효성 본사에서 만난 홍진호 효성티앤씨 패션디자인센터장은 “전 세계 브랜드를 상대로 ‘A란 실을 가지고 이런 기능을 가진, 이런 디자인과 스타일의 옷을 만들 수 있다’고 가이드를 주는 것”이라며 “B2B(기업간거래) 기업이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판덱스? 크레오라?…뭐가 다르지
일례로 스판덱스는 유명해도 효성의 크레오라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스판덱스는 고무처럼 신축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합성섬유인데 미국의 듀폰사가 만든 스판덱스 브랜드가 ‘라이크라’고,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는 ‘크레오라’다. 크레오라는 세계 시장 점유율 32%인 1위 스판덱스다.
조 회장은 평소 관심이 많던 홍콩의 리앤풍을 언급하며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주문했고 이곳 출신의 홍진호 센터장이 수장을 맡았다. 리앤풍은 세계 각국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디자인·원자재조달·제조관리·운송 등 일련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글로벌 의류소싱 기업이다. 효성은 크레오라(스판덱스)·에어로쿨(폴리에스터)·아쿠아엑스(나일론) 등의 원사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공정을 효성이 다 처리하는 건 아니다.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원단제조와 가공, 봉제 등 다양한 업체를 연결해 작업한다. 홍 센터장은 “브랜드와 직접 만나서 일하기 때문에 어떤 옷을 원하는지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이 훨씬 정확하다”며 “수주가 늘고 공정이 투명해지면서 협력사들과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똘똘한 한 벌’ 찾는다
소비자 파워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큰 흐름으로는 ‘친환경’과 ‘기능’을 꼽았다. 홍 센터장은 “20~30대 밀레니얼·Z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친환경에 민감하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생산한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들도 앞다퉈 친환경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다.
파타고니아, 환경보호 위해 무료 수선 제공
효성도 친환경 제품인 ‘리젠’에 역량을 쏟고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뽑은 원료로 실을 만들고 ▶제조 과정에서 버려진 소재를 활용하고 ▶버려진 옷이나 현수막으로 새 제품을 만들고 ▶옥수수·쌀겨 등 자연에서 뽑아낸 원료를 사용하고 ▶토양에서 썩는 생분해 원사를 개발하는 일이 모두 친환경 제품에 포함된다. 브랜드와의 직접 협업 구조로 친환경 부문은 탄력이 붙어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40% 늘었다. 안다르와 만든 마스크도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재질이다.
효성, 2025년까지 제품 40% 친환경으로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