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카이스트 출신이 만든 정육각, 도축 4일 안에 돼지고기를 유통하는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0.10.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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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출신의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가장 맛있는 고기는 신선한 고기"라는 믿음을 가지고 축산물 유통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창업 4년차인 올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며 회사를 크게 키웠습니다. 김재연 대표가 지난해 폴인스터디에서 나눠준 도전의 경험을 들려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폴인 웹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0. 안녕하세요, 정육각 대표 김재연입니다.

정육각 김재연 대표 ⓒ폴인

저는 어린시절을 과수원에서 보냈습니다. 이때 맛본 음식 중 잊을 수 없는 게 바로 돼지고기입니다. 갓 잡은 돼지고기였죠. 동네 어른들이 계를 모아 지리산 자락에서 돼지농장을 하는 분께 돈을 내면 바로 도축한 돼지고기를 살 수 있었어요. 그게 제가 맛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였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왜 도시에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대학 졸업 후 여유가 생겨서 8개월 정도 여행하며 어린 시절 먹었던 돼지고기 맛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가장 신선한 돼지고기를 먹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집 주변 도축장에 갔고 조르고 졸라 사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장 신선한 것이 가장 맛있다는 교훈이 이후 정육각을 운영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현재 정육각은 온라인을 통해 초신선 돼지고기, 초신선 닭고기, 초신선 달걀, 초신선 우유, 숙성 소고기를 판매합니다.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하루에서 나흘된 돼지고기를 판매합니다. 닭고기는 당일 도계 된 것만 판매하고 있고요. 달걀은 당일 산란, 우유는 당일 착유된 것을 판매합니다. 소고기는 침지, 즉 물을 이용한 숙성 방법을 택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장을 나올 때까지만 신선한 게 아니라 그 신선함을 유지해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식재료 밸류체인을 줄이는 것이 초신선의 토대입니다

 
단순히 기간을 짧게 줄이면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저 돼지고기를 농장에서 받아 빨리 파는 데 초점을 맞췄고요. 그렇게 쉬웠다면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초신선 돼지고기, 산지 직송 돼지고기를 팔았겠죠.


기간을 줄이는 게 어려운 이유는 원래 축산 시장은 유통 밸류체인이 길기 때문입니다. 돼지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네 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도축–육가공–세절–소매'입니다. 일단 도축 과정에서 돼지를 죽이고 피를 빼고 소독한 뒤에 등급 판정을 위해 온도를 낮춥니다. 그 뒤 육가공장에서 발골 기사가 칼로 뼈와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고요. 세절장으로 넘어가면 먹을 수 있는 단위, 한 줄, 한 판을 잘라내는 일을 합니다. 그 뒤에는 그걸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소포장 형태로 만드는 거죠.이런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어 소비자에게 돼지고기를 전하면 좋겠지만, 보통은 생산된 돼지고기는 냉장고에 저장해 놓고 중간의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들이 전화기만 놓고 송장을 돌리는 작업을 계속 합니다.
 
영업권이 있는 사람들이 영업권을 넘기는 작업을 하면서 가격은 5%씩 계속 비싸지고, 돼지고기는 냉장고 안에서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소비자들이 먹을 때가 되면 가격은 높은데 신선도는 낮은 상태가 되어 있죠. 결국 기존 시장에서는 도축 후 소비까지 7일에서 최대 45일까지 걸리게 됩니다.

정육각은 도축 후 4일 이내의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정육각 홈페이지

정육각은 가격은 싸고 제일 품질이 좋을 때 팔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정육각은 도축 육가공을 거쳐 생산된 돼지고기를 공수해, 주문이 들어오면 가공 포장하는 '세절-소매' 단계를 진행했습니다. 도축 후 소비까지 걸리는 긴 시간을 최대 4일까지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정육점 중에는 육가공, 세절, 소매를 모두 다 하는 곳이 있고, 세절과 소매만 하는 곳이 있고, 또 소매만 다루는 곳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육점마다 차이가 있는 이유는,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8가지 부위가 각기 다른 양과 형태로 생성되어 재고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목살은 한 마리당 5kg이 나오지만, 삼겹살은 한 마리에서 10kg 나오거든요. 안타깝게도 소비는 1:1로 이루어지고요. 또 소비자들이 잘 사지 않는 뒷다릿살도 20kg 정도 나옵니다. 잘 팔리지 않는 부위를 다 팔아내는 것도 정육점에서는 힘든 일이죠.
 
그렇지만 정육각은 앞으로 가능한 범위만큼은 세절과 소매뿐만 아니라 육가공에 진입하려고 합니다. 육가공에 진입하게 될 경우에 수익률도 높일 수 있고 더 신선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재고관리에 더 힘쓰려고 합니다.
 
 

2. 기존의 육가공 시장에서는 정육각과 같은 회사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1t 탑차를 가득 채워서 매일같이 운행합니다. 하지만 2016년도에는 달랐습니다. 그때도 매일 차를 운행했는데 1t 탑차를 딱 열면 한기가 나오면서 다섯 박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송비를 써야 했기 때문에 거래하시는 농장주조차도 “차라리 5일 치를 모아서 25박스를 받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대부분 정육각이 비이성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야 저희도 차도 한 대를 다 돌리고, 효율화가 되어서 잘 운영되고 있지만 신선식품을 빠르게 주문받아 전달하고자 하는 분들 역시 탑차를 돌릴 만큼 충분한 물량이 거래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축산 전문가들로부터 ‘정육각은 망할 거다’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돼지 돈가 대표가격입니다. 돈가에는 1년에 최대 30~40% 정도 등락이 있어서요. 그러다 보니 여름철에는 뉴스에서 ‘금 돼지’라든가 ‘삼겹살이 비싸진다’ 같은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겨울에는 가격이 엄청 내려가고요. 그래서 축산 전문가분들이 우스갯소리로 “돼지 장사는 1년 장사 중 한 달 흑자 봐서 나머지 11개월 적자를 메꾼다”고 말합니다. 보통 10월에서 11월 좀 추워지기 시작하면 돼지 가격이 내려가는데, 그때 돼지를 비싸게 많이 팔아야 1년 치 흑자를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초신선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4일 이내에 모든 상품을 다 팔아야 하니까, 45일까지 판매하는 기존 업자보다 재무적인 어려움을 떠안고 가야 해요. 저희는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원물을 매입할 수밖에 없거든요. 소비자에게 신선한 걸 팔아야 하기 때문이죠.
 
반면 45일이라는 기간이 있을 때는 가장 낮을 때 공급업자에게 사서 가장 비쌀 때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도매가에서 한 40% 정도의 가격 차이를 만들어내고요. 그래서 매입을 잘하면 원래 수익률의 6~7배까지도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그에 비해 매일매일 돼지를 매입해 가면서 파는 플레이어는 사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를 많이 받을 수밖에요.
 
그런데도 현재 정육각은 신선식품을 더 많은 분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맛있게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고자 하는 정육각만의 노력과 연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육각 김재연 대표는 왜 돼지고기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폴인

(후략)
 
 
※지금까지 읽은 '정육각'의 이야기는 전체의 50% 분량에 불과합니다. 더 많은 스토리는 폴인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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