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준 '나쁜 부모' 신상 공개 단체…1심서 명예훼손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20.10.29 13:24

수정 2020.10.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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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강민서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강민서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2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강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 "양육비 필요성 강조, 사적 감정 찾을 수 없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고소인 배우자가 제출한 자료, 양육비 지급을 명한 판결문 등을 확인하고 글을 게시한 경위를 고려하면 전체 내용 중 일부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게시글에서 양육비 지급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을 뿐 고소인에 대한 분노나 사적 감정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판단은 허위사실 인식 여부에 대한 판단이지 신상공개 행위 자체에 대한 적법성 여부는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2018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는 '배드페어런츠' 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강 대표는 지난해 6월 남성 A씨가 20여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직업 등을 기재한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A씨는 강 대표가 사이트에 적시한 내용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했다. 검찰이 강 대표를 약식 기소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으나 강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강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비방 목적으로 게시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는 점을 재판부에서 인정해줬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며 "양육비는 당연히 줘야 하는데 비참하게 소송까지 하는 일 없이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