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미도 사건 재조사 추진···암매장 시신 50년만에 찾나

중앙일보

입력 2020.10.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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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8월 23일 오후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수류탄으로 자폭한 직후 군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실미도 사건’ 재조사를 추진한다. 2005년 국방부 조사 이후 15년 만이다. 사건 발생 50년 만에 진상 규명의 마침표를 찍을지 관심을 끈다.
(중앙일보 디지털 기획 『#그날의 총성을 찾아…실미도 50년』 참고) 
 

진실화해위 조사 1호 되나

국방부는 “실미도 사건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등 공식 조사 기구에서 재조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조사 시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28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1순위로 조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의 자체 조사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부분을 독립적 국가 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로 넘겨 매듭짓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제정에 따라 그해 12월 처음 출범해 2010년 6월까지 활동했다. 이후 10년 만인 올해 5월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오는 12월 재출범한다. 최초 조사 개시 결정일 이후 3년간(1년 이내 범위에서 연장 가능) 활동할 예정이다. 사건 당사자나 유족 혹은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실미도 부대’가 부대 안에서 찍은 단체 사진. 우상조 기자

진실 상당 부분 밝혀져

실미도 사건의 진상 대부분은 국방부 조사로 밝혀져 있다. ‘실미도 부대(공군 2325전대 209파견대)’ 공작원 31명은 1968년 5월부터 3년 4개월가량 동안 사실상 감금 상태로 가혹 행위 일색의 훈련을 받다 7명이 숨졌다. 1971년 8월 23일 남은 공작원 24명이 기간병들을 사살하고 실미도를 탈출했지만, 서울로 진입하며 군·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수류탄으로 자폭했다.
 
사건 당일 정부는 ‘무장공비 침투’ ‘군 특수범 난동’ 등으로 사실을 왜곡해 발표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가운데 ‘북한 침투 작전’ 목적의 특수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실제 공작원들은 모두 죄수가 아닌 대한민국 국적의 민간인 출신이었다. 실미도 부대가 특수 고용한 신분이었다. 자폭 이후 공작원 4명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군은 축소 수사와 재판을 거쳐 1972년 3월 10일 살아남은 공작원들을 사형하고 모처에 암매장했다.


암매장 공작원 추적 등 남은 과제

국방부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암매장한 공작원 4명의 시신을 찾는 게 대표적이다. 사건 당시 수사와 사형 집행, 시신 매장을 지휘한 김중권 전 공군본부 검찰부장이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 대방동에 시신을 묻었다”고 증언하면서 “시신을 찾아 유족에게 돌려주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공작원 4명에 대한 재수사나 재심 권고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공작원들이 실미도 안에서 당한 인권유린 사실 등을 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기소, 사형 선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작원들이 탈출 과정에서 기간병 등을 살해한 게 정당방위로 정상참작을 받는다면 형을 감경하거나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수사와 재판 당시 절차상 하자가 많은 것도 재수사·재심 권고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당시 구속 사실을 가족 등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공작원들이 2심 선고 직후 회유·협박에 의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기도 했다.

8월 25일 무의도에서 바라본 실미도. 썰물 때 도보로 두 섬을 오갈 수 있다. 우상조 기자

한쪽에선 “조사가 아닌 강제 수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사가 앞서 이뤄졌던 만큼 비슷한 조사로는 추가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안김정애 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조사2과장은 “국방부 검찰단에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수사하거나 민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중·심석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