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원하는 '트럼프 2020', 트럼프의 단골 구호인 '법질서(Law and Order)'를 상징하는 푸른빛의 성조기, 여기에 극우의 상징인 남부 연합기까지 꽂혀 있었다. 이곳에서 트럼프 기념품을 파는 백인 여성 수전 해리슨은 며칠 전 바로 눈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봤다며 자랑을 했다.
시골 트럼프-도심 바이든 "같은 주, 딴 세상"
2008년 오바마 당선 빼곤 줄곧 공화당 승리
엎치락 뒤치락…격차 1%P 미만의 초박빙
인구 열 명 중 두 명 흑인, 투표율이 변수
해리슨 역시 행사장에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 마스크 쓴 사람도 찾기 어려워 언론에선 '슈퍼 전파자 모임'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오히려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했다.
해리슨은 한 달 전 직장을 잃은 뒤 남편과 함께 트럼프 기념품 장사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에서 맞서 경제를 지키지 못했다는 원망은 없어 보였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기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트럼프 모자와 티셔츠를 각각 20달러씩 주고 샀다. '미국을 더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문구가 적힌 제품 안쪽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새겨져 있었다.
◇"대도시 경계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곳곳엔 손 세정제가 설치돼 있었다. 평생을 노스캐롤라이나에 살았다는 제이슨 그래프도 "시 경계를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원래도 도심과 외곽의 차이는 있었지만 요즘 들어 정치적 양극화가 더 뚜렷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여러분 이웃에 저소득층용 주택이 지어져 집값 내려갈 것을 걱정하게 하지 않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교외 지역 주부들의 표심을 겨냥한 계산된 트윗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뒤치락
선거인단 수 15명의 노스캐롤라이나는 텍사스(38명)·조지아(16명)·플로리다(29명) 등과 함께 남부 전통의 격전지로 꼽힌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세 곳을 싹쓸이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이번엔 일단 이곳 중 하나라도 내주면 재선은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5일 텍사스에서 바이든 후보가 오차범위 안(3%p)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공화당 측은 더 바짝 긴장하게 됐다.
양 캠프도 이들 지역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노스캐롤라이나를 10번이나 다녀갔다. 대도시가 아닌 주로 외곽 지역이었다. 현장유세를 최소화하는 바이든 후보조차도 18일 손녀와 함께 민주당세가 강한 더럼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21일 애슈빌과 샬럿 등 서쪽 지역을 훑었다.
◇"84%가 바이든 지지" 흑인 투표율에 결과 달려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건, 숨어 있던 이른바 '샤이 트럼프'들 덕분도 있겠지만, 흑인 유권자들이 굳이 클린턴을 뽑으러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탓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WP에 따르면 2012년 66.2%까지 계속 상승하던 흑인 투표율은 2016년 대선 때 59.6%로 뚝 떨어졌다. 따라서 흑인 유권자가 실제 얼마나 투표소로 나가느냐가 이번 대선에서도 관건이다. CNN은 4년 전과 달리 흑인 유권자들이 엄청난 기세로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의 열기가 뜨겁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가 흑인들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흑인들의 사전투표율만큼이나 우편투표 용지에 얼마나 정확하게 기표했는지도 중요하다"면서 "서명 등을 제대로 안 하면 무더기 무효표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스토니아·샬럿=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