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지난 세기 창작자들이 궁금해 한 미래였다. 1980년대 말 방송된 ‘2020 원더키디’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사랑받는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그보다 앞서 1970년 동아일보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소설가 김승옥에게 의뢰해 SF소설 ‘50년 후, 디 파이 나인 기자의 어느 날’을 실었다.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놀랍도록 우리의 현재와 닮은 데가 있다. 연료전지로 가는 자율주행 자동차, 화상 통화 등 신기술이다. 세계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인데 인공 자궁을 통한 출산까지 묘사했다. 이 같은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요즘 작가들이 다시 미래를 상상한 소설집 『SF 김승옥』도 최근 출간됐다.
아무리 알 수 없는 미래라 해도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쌓여 수백 년 단위 변화를 초래한다. 지난달 나온 SF옴니버스 소설집 『팬데믹』 속 배명훈의 단편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이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2113년 배경의 소설은 읽다 보면 기묘한데 ‘ㅊ’ ‘ㅍ’ 같은 거센소리가 모두 순화돼 표기됐다. 예컨대 플레이오프가 블레이오브다. 비말 감염을 경계하는 세태가 음가와 맞춤법 변화를 일으키리라는 상상이다. ‘통촉하시옵소서’가 ‘동족아시옵소서’로 바뀐 세상. 그때쯤엔 침 튀기며 싸우는 일도 사극의 한 장면이 됐을 테니 볼썽사나운 여의도 정치인들 풍경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 그땐 ‘정지인’들이려나.
강혜란 문화팀 차장